"신용경색 장기화로 월가의 대형 투자회사뿐 아니라 지방은행들이 많이 무너질 것이다. "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는 2일 뉴욕 맨해튼에서 주미 한국상공회의소(코참)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과거 대공황 이후 금융권이 신용을 회복하는 데 20∼30년 걸렸으며 저축대부조합(S&L) 위기 당시에는 1000개가 넘는 은행이 파산했다"며 재무구조가 취약한 지방은행들이 잇따라 무너질 것으로 예상했다. 손 교수는 "미국 최고 우량 기업인 AT&T도 기업어음을 발행해 돈을 빌리기 힘들 정도"라며 "신용경색 현상이 장기화되면 월스트리트를 넘어 메인스트리트(실물 부문)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해 그는 "국민들의 과도한 소비와 금융권의 너무 많은 보수가 위기를 초래한 가장 큰 요인"이라며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떠받치고 있는 소비가 감소하면서 경기회복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손 교수는 "정부가 구제금융 지원에 나서도 금융사들이 주택담보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인 만큼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진 미 주택시장이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 상원이 승인한 구제금융법안은 시중 유동성은 많지만 돈이 돌지 않아 파이프가 막혀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미 경제가 무너진 신용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한국이 금융허브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금융기반과 영어,우수한 인력 등 세 가지가 필요하다"며 "한국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중소 지역 투자은행(IB) 서너 곳을 인수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