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그룹 회장,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몬제르 알 카사르 시리아 무기 밀매상,파울로 코엘료 브라질 작가….

'세계를 지배하는 권력 위의 권력',지구촌을 좌지우지하는 6000명의 최상위 글로벌 파워 집단.이른바 '슈퍼 클래스'로 불리는 이들은 국경을 초월해 세계인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클린턴 정부에서 상무부 차관을 지낸 데이비드 로스코프는 <슈퍼 클래스>에서 정치ㆍ경제ㆍ문화ㆍ종교 등 모든 분야의 권력 핵심에 있는 이들을 집중 분석했다. 방대한 자료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슈퍼 클래스의 실체를 해부하고 세계 각국의 권력 집단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다.

그는 팔레토의 80:20법칙을 통해 60억 인구 중 6000여명,100만명 중 한 사람이 슈퍼 클래스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0.0001%가 99.9999%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부시와 빌 게이츠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금방 수긍이 간다.

이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권력'이다. 이들은 단순히 한 국가만이 아니라 국경 너머에 사는 수백만 명 혹은 수십억 명에게 미치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8세,성별로는 남자가 94%,기업체나 금융회사를 소유한 기업가들이다. 약 3분의 1이 하버드와 예일 등 20개 명문 대학 출신이다.

저자는 슈퍼 클래스의 세력이 커질수록 세계의 불평등은 심화되고 성장의 혜택이 일부 극소수에게 쏠리게 된다고 지적한다. 주요 다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받는 연봉은 일반 근로자의 350배에 달한다. 이 격차는 1970년대보다 10배 증가한 것이다.

그는 '어떤 국제기구도 글로벌 엘리트 집단을 제어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현재의 불평등이 악화될수록 세계는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균형과 교육'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된 미국발 신용 위기와 지구 온난화 문제,저탄소 녹색성장 전략 등 슈퍼 클래스들의 결정은 지금도 세계사의 물꼬를 바꾸고 있다. 현재 우리의 삶이 그들로부터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지만,대부분은 그들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저자는 이들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시대의 본질과 우리의 미래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슈퍼 클래스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의 '숨은 발전소'와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앞날을 전망하는 데 필요한 시각을 새롭게 제시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