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최근 마감한 '하반기 신규 채용' 원서 접수 결과 150명 모집에 1만7000명 넘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률이 113 대 1이다. 지난 상반기 150명 채용에 1만4800여명이 몰려 100 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보였던 것보다도 더 많은 인원이 몰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공개 채용 공고를 내면 지원자가 너무 많이 몰려 원서 접수 업무는 아예 외부 회사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이 최근 가계금융 부문에서 200명의 신입 행원을 뽑는 공채에서도 1만1660여명이 원서를 냈다. 경쟁률만 83 대 1에 달하다 보니 서류전형을 통과하기조차 쉽지 않다. 하나은행 인사담당 관계자는 "석사 이상의 학력을 보유하고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 자격증까지 갖춘 고학력 출신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 기업 외환 농협 등 이번 주 원서 접수를 마감하는 은행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은행 담당자는 "거의 모든 은행들이 신규 채용을 위한 원서 접수 단계에서 100 대 1 안팎의 경쟁률을 보인다"며 "고시(考試)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의 몰락으로 금융업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은행의 취업 문턱이 높은 이유는 다른 직업군과 비교해 연봉이 많은데다 직업 안정성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 때문.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상반기 1인당 평균 급여 지급액이 3800만원,하나은행은 4100만원으로 연봉으로 따질 경우 7600만원과 82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최근 들어 학력과 연령에 차별을 두지 않는 열린 채용을 실시하면서 경쟁률이 예전보다 더 높아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공기업이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신규 채용을 거의 하지 못한 데다 공무원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도 은행의 취업문을 좁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