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골프의 지존'을 꿈꾸는 한국여자프로골프의 1인자 신지애(20.하이마트)가 미국 진출을 앞두고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상대로 우승 사냥에 나선다.

신지애는 3일(한국시간)부터 나흘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해프문베이골프장(파72.6천450야드)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삼성월드챔피언십은 200여 명이 넘는 LPGA 투어 선수 가운데 단 20명만 출전할 수 있고 이들은 컷없이 4라운드 경기를 치러 상금 100만달러를 나눠갖는다.

총상금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우승 상금은 메이저대회에 못지않아 25만 달러, 꼴찌에게도 1만2천499달러가 돌아간다.

작년 우승자, 작년 상금왕, 작년 시즌 평균타수 1위, 그리고 올해 4개 메이저대회 챔피언에게 우선 출전권을 부여하고 남은 자리는 시즌 상금랭킹에 따라 주어진다.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한 신지애는 메이저 챔피언 자격으로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하게 됐다.

LPGA 투어에서 '별들의 파티'로 불리는 비중있는 대회에 처음 출전하지만 전문가들은 세계랭킹 1위인 '골프여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대회 3연패를 막아낼 후보로 꼽고 있다.

평균 26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페어웨이 한 가운데 떨어뜨리는 드라이브샷이나 좀처럼 그린을 놓치지 않는 정교한 아이언샷은 오초아에게 뒤지지 않는다.

쇼트게임에서는 경험이 많은 오초아가 다소 낫다고 하지만 승부사 기질은 오히려 신지애가 앞선다는 분석이다.

5주 연속 대회 출전으로 쌓인 피로도 사흘간 마사지를 받고 푹 쉬어 말끔하게 씻어냈다.

다만 미국무대가 아직 낯선 신지애는 시차 적응이라는 부담까지 안아야 한다는 점은 불리하다.

둘은 이 대회를 앞두고 각각 한동안 정체를 겪던 우승 행진에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상승세가 뚜렷하다.

신지애는 3개 대회 연속 준우승 끝에 지난 26일 한국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에서 시즌 다섯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고 오초아는 29일 나비스타클래식에서 7개월 동안 침묵을 깨고 시즌 7승째를 올렸다.

그러나 최정상급 선수만 출전하기에 오초아와 신지애의 양강 구도로 치러질 대회가 아니다.

이 대회에서 무려 5승이나 챙긴 '원조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마지막 출전인 올해 화려한 고별무대를 꾸미겠다는 야심이다.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뒤 승승장구, 세계랭킹 3위까지 올라선 청야니(대만)와 세계랭킹 4∼6위에 포진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폴라 크리머, 크리스티 커(이상 미국)도 경계 대상이다.

신지애를 포함해 출전 선수 20명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한국 자매 군단'이 시즌 일곱번째 우승을 일궈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
시즌 2승을 따낸 이선화(22.CJ)와 US여자오픈 챔피언 박인비(20.SK텔레콤), 그리고 한희원(30.휠라코리아), 장정(28.기업은행), 지은희(21.휠라코리아), 최나연(21.SK텔레콤), 김송희(20.휠라코리아), 안젤라 박(20.LG전자) 등은 1999년 박세리(31) 이후 맥이 끊긴 한국인 챔피언을 꿈꾸며 출사표를 냈다.

지난 4년 동안 대회가 열렸던 캘리포니아주 남부 사막지대인 팜데저트의 빅혼골프장에서 북부 해안 지역으로 대회 장소가 바뀐 것도 변수로 등장했다.

해프문베이골프장은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링크스스타일의 코스로 선수들은 강한 바닷바람과 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