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말초혈관 손상 치료 가능"

"저와 동료들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분야는 줄기세포로부터 적혈구 혈소판 혈관내피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만약 혈액이 O형에,RH 마이너스형이라면 모든 사람에게 수혈할 수 있겠지요. 혈관내피세포로는 혈관이 손상된 심근경색이나 만성 당뇨병에 의한 말초혈관 손상 등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

지난달 18∼19일 차병원이 개최한 '제2회 국제 공동연구를 위한 줄기세포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미국의 대표적 줄기세포 전문 생명공학업체인 ACT사의 정영기 수석연구원(47)은 이같이 자신의 최근 연구 동향을 소개했다.

정 박사는 2006년 수정란이 분할한 8개의 할구 중 하나를 떼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함으로써 그해 9월 영국의 과학전문지인 '네이처'에 연구논문을 게재하는 성과를 올린 주목받는 생명공학자다. 전남 담양 출신으로 2000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에서 번식생리학 박사를 받았고 2003년부터 ACT사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최근엔 포천중문의대의 교수 초빙 요청을 받아들여 연내 귀국 후 강남차병원에서 연구 및 교육에 전념할 계획이다.

정 박사는 "줄기세포에서 혈관내피세포를 분화시키는 연구 외에 망막색소상피세포(RPE)를 만들어 황반변성 등 노인성 시력상실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며 "이미 임상시험 직전 단계까지 왔으며 황반변성이나 당뇨병성 망막증 등에 의한 노인 실명을 예방하는 유일한 대안이라서 의학적 치료효과나 시장성이 아주 유망하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최대 업적인 수정란 할구세포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수립과 관련,"기존 방법은 수정란을 전부 쓰기 때문에 새로운 생명체가 될 수도 있는 것을 파괴한다고 볼 수 있지만 할구 8개 중 한 개만 활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고 나머지 7개는 산모에게 이식해주면 정상적인 태아로 자라나기 때문에 생명윤리 논란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했다.

이어 "50여년 전 면양에 할구세포 하나를 이식해 면양새끼를 만들었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아무도 그 실험을 재현하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할구 하나만 갖고 새로운 개체를 만든 사례는 없어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미국을 제외한 유럽의 여러 나라와 호주가 줄기세포 연구를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윤리 문제 때문에 한국이 연구를 주춤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도 정권이 바뀌면 국가적으로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줄기세포 관련 최신 연구동향과 관련해서는 "세계적으로 체세포를 역분화시켜 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이 대세"라며 "역분화 만능줄기세포가 수정란 유래 또는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다른 형태의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이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그 이유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한국의 동물복제 수준이 세계 정상급에 있는 건 배아줄기세포 연구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동물복제기술은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드는 핵심 기술의 하나로 아직 이를 활용한 방법이 개발돼지 않아 향후 커다란 성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