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의 축을 다원화해 새로운 성장모델을 구축하라.'

중국 톈진에서 세계경제포럼이 주최하는 하계 다보스포럼이 28일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피터 만델슨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 등 1000여명의 세계 정치·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포럼의 화두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비관과 낙관으로 나뉜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고 △국가별로 분산된 금융시장의 통제와 감시를 국제적으로 규범화하고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이머징마켓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적극 활용하며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 '신뢰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포럼 참석자들은 금융위기는 극복될 수 있지만,실물경제가 앞으로 더 큰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담당 회장은 "그동안 12번의 크고 작은 금융위기를 목격했지만 모두 극복됐다"며 "그러나 그때마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후폭풍은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면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며 "미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상당한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부회장도 "미국과 세계경제의 디커플링은 불가능하며 결국 세계적으로 실업이 증가하고 소비가 감소하는 불경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적극적인 태도로 사태를 수습해 시장이 다시 기능을 하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허판 중국 사회과학원 국제금융연구소 부주임은 "중국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가 적지만 외화 자산 중 상당 부분이 달러 자산이란 점에서 금융위기의 인질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만델슨 집행위원은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유동성과 투자 소비는 물론 자신감을 회복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델슨 집행위원은 "결국 글로벌 경제의 축이 다원화되는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이나 인도와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머징마켓들이 경기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며,이들을 유동성과 수요,투자의 중심부로 활용하고 신뢰 회복의 근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27일 하계 다보스포럼 개막식에 참석,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각국의 협력과 지도자들 간의 믿음과 더불어 중국의 안정적 성장이 중요하다며 중국역할론을 강조해 관심을 끌었다.

골드만삭스 후주류 아시아 회장은 "중국이 세계 금융위기에서 리스크를 두려워해 뒤로 숨는 것은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일"이라며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풀어서 적극적으로 미국의 부실 금융회사를 인수한다면 세계시장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국제 금융시장의 주류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후 회장은 "CNN의 월스트리트 관련 보도는 마치 한국 드라마처럼 한번 보기 시작하면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다이내믹하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궈수칭 중국건설은행장은 "아직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떤 형태로 얼마나 더 큰 파장을 일으킬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조건 외국 금융사를 인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류밍캉 중국 은행감독위원장은 "전 세계 금융위기에서 어느 나라도 고도(孤島)가 될 수 없다"며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9∼9.5%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11.9% 성장했다.

세계경제포럼의 하계 다보스포럼은 작년에 중국 다롄에서 처음 개최됐다. 내년 세 번째 하계 다보스포럼은 다시 다롄에서 개최된다.

톈진=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