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모 < 세종대 교수ㆍ경영학 >

근간에 KIKO(knock-in,knock-out option) 피해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이 흑자부도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금융상품의 위험도에 대한 철저한 이해 없이 공급자의 '영업'에 의해 현혹된 계약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녹아웃(knock-out) 통화옵션 달러환율이 미리 정해진 값보다 싸지면 옵션이 종료하게 되고 녹인(knock-in) 통화옵션은 달러환율이 미리 정해진 값보다 비싸지면 옵션이 살아 작동하게 된다.

KIKO 사태는 녹인 통화옵션에 매도 포지션을 취했기 때문에 실제 시장에서 비싼 달러를 낮은 행사가격에 팔아야 돼 큰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위험관리상 같은 행사가격을 갖는 녹인 통화옵션과 녹아웃 통화옵션을 동시에 구매하면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보통(Plain Vanilla)'통화옵션이다.

보통통화옵션 자체가 옵션의 기초자산인 달러에 직접투자하는 것보다 위험도가 높다. 녹인 통화옵션과 녹아웃 통화옵션은 보통통화옵션에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도가 훨씬 더 커진다. 결국 KIKO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도가 극히 높아 중소기업이 투자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것이라는 뜻이다. KIKO로 위험관리가 되는 게 아니라 위험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KIKO로 인한 피해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대기업들에 불똥이 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생상품과 관련된 거래는 사전에 면밀히 분석해 최대 가능 손실이 얼마나 되는지 등 현금흐름을 알아야 한다. 현금흐름에 대해 가격결정공식을 적용해 합당한 계약 체결금액을 도출한다면 어리석은 계약을 해 손해를 입고 회사와 국가에 피해를 끼치는 경우를 피할 수 있다.

KIKO가 위험관리 수단이 아니라 위험부담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KIKO를 다룬 개별금융회사는 국가에 미치는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이윤추구에만 몰두해 위험관리수단이라 현혹해 판매한 상황이다. 개별금융회사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감독기관이 이 문제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KIKO를 허가해주지 말았어야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베어스턴스,리먼 브러더스,메릴린치 등 투자은행(IB)이 주택구입자가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주택구입자금을 유동화시킨 주택유동화증권(MBSㆍMortgage Backed Securities)을 묶어 자산담보부증권(CDOㆍ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으로 만들어 신용보증을 추가시킨 다음 다른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에 판매했다. 주택구입자금을 빌린 모든 주택구입자가 할부자금을 제대로 납부했다면 지금의 미국 금융위기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미국 내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대출금리가 상승해 주택구입자가 원리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면서 자산담보부증권에 문제가 발생,결국 월가 위기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미국 감독기관이 이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했다면 미국투자은행이 CDO를 판매하도록 허가해 주지 않았어야 했다. 미국 감독기관이 관련 금융기법을 잘 알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이번 사태를 피할 수 있었고 또한 한국 감독기관도 KIKO에 대해 잘 알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이번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이 파생상품 시장의 왕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한 적이 있다. 우리가 빠른 시일 내에 금융 강국이 되려면 많지 않은 전문가라도 결집시켜 우수한 인재를 키우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이 금융 강국이 되면 제조업에서 벌어들인 국부를 외국자본으로부터 잘 지키고 나아가 금융으로 국부를 증식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