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동쪽'ㆍ'바람의 나라'로 이미지 쇄신 성공

꼭 20년 전인 1988년 그는 리복 CF로 신선한 충격을 전해줬다.

처벅처벅 달려와 꼿꼿이 선 채로 의자와 함께 매끄럽게 착지하는 장면은 CF 명장면의 하나로 오래도록 기억됐고, 그는 단숨에 '핫(HOT)' 피플로 부상했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젊은이의 양지', '청춘의 덫' 등의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며 '청춘 스타'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불륜 전문 배우'라 불리게됐다.

'애정의 조건', '어느날 갑자기', '행복합니다' 등 잇따라 멜로 드라마에서 불륜 연기를 펼친 까닭.
그가 최근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

MBC TV '에덴의 동쪽'과 KBS 2TV '바람의 나라'에서 맡은 역할 덕분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 드라마 모두 '우정 출연'이었다는 사실. '에덴의 동쪽'에는 고작 2회, '바람의 나라'에는 7회 출연했다.

하지만 두 드라마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불륜 전문'이라는 수식어를 단숨에 떼어내버리고 그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멜로에 지쳐있던 차였어요.하지만 두 작품이 각각 시대극과 사극이어서 부담은 되더군요.우정 출연이라고 하니 더 부담됐습니다.제가 나온 부분이 임팩트있게 각인돼야 드라마에 도움이 되는 거잖아요.두 작품 모두 '초반에 시청자를 사로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출연했습니다."

이종원(39)을 만났다.

"배우가 촬영장과 집만 오가면 되지 무슨 인터뷰냐"며 손사래 치던 그를 설득해 26일 여의도의 한 커피숍으로 불러냈다.

◇올해 네 작품서 종횡무진 활약


그는 많이 피곤해보였다.

SBS '행복합니다'에 이어 '에덴의 동쪽', '바람의 나라'를 거쳐 현재 출연 중인 MBC 주말극 '내 인생의 황금기' 등 올해만 벌써 네 작품에서 인사하고 있기 때문. '바람의 나라' 촬영이 끝나 한 숨 돌린 줄 알았더니 28일부터는 11월 방송 예정인 MBC '종합병원2'의 촬영을 시작한다.

"거절을 하지 못하다보니 올해 이렇게 일을 많이 하게되네요.그런데 아내가 어디서 듣고 왔는데 제가 지난해부터 3년 정도는 일복이 터졌대요.(웃음)"

현재 인터넷에서는 '바람의 나라'에서 그가 연기한 해명이 화제다.

'훈남'으로까지 떠오른 해명은 무휼(송일국 분)의 배 다른 형이자 고구려의 용맹하고 지혜로운 태자. 또 '에덴의 동쪽'에서 그가 보여준 인자하고 의식 있는 행동하는 아버지 상 역시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과 함께 이종원이라는 배우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정말 열심히 했어요.우정 출연이라고 하지만 '에덴의 동쪽'은 지방에서 촬영해야했고, '바람의 나라'는 중국을 네 차례 오가야했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엄청났어요.당시 '행복합니다'에 출연할 때였거든요.그런데다 '바람의 나라' 촬영 직전 오른쪽 중지가 삐는 바람에 액션 신 찍을 때 힘들었습니다.화면에서는 제가 칼을 휘두를 때 동작이 빨라 잘 모르시겠지만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아 칼을 손가락에 테이프로 감고 있어요.진짜 할 수 있는 만큼 다해 두 작품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없을 정도입니다."

◇CF스타 꼬리표 떼기 위해 강한 역 도전

그는 두 드라마 덕분에 '불륜' 꼬리표가 떨어졌다고 하자 "내 인생에 불륜이라는 코드는 처음부터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짝' 기억하세요? '예스터데이'도 그렇고. 제가 처음부터 안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어요.좋은 이미지의 역할도 많이 했는데 언젠가부터 안 좋은 쪽이 각인된거죠. 4년 동안 드라마에서 이혼을 7번 하고, 계속해서 '미안하다'는 말만 했으니 그럴만도 하죠.(웃음)"

이종원은 "하지만 그 모든 드라마가 다 멜로 드라마 아니겠는가.불륜이라고 하지만 그 역시 멜로다.배우로서는 멜로 배우로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면서 "다만 어쩌다 연쇄적으로 그런 코드의 드라마에 출연하다보니 이미지도 그렇고 스스로도 감정적으로 도태되는 면이 있기는 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내 인생의 황금기'에서는 그가 불륜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나온다는 사실. 그는 극중 아내(문소리)의 외도와 맞닥뜨린다.

"선한 역과 악한 역은 모두 극에서 빛과 소금으로 작용합니다.악이 있어야 선이 빛나는 거잖아요.제게 지금 불륜의 꼬리표를 뗐다고 하셨는데, '내 인생의 황금기'에서 내가 불륜의 가해자가 아니라고 해서 그 드라마가 불륜을 그리지 않는 건 아니라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가해자든, 피해자든 그 드라마는 앞으로 불륜으로 인해 한 가족이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니까요."

우리 나이로 마흔. 청춘 스타도 생활형 배우로 만드는 나이다.

"전 '젊은이의 양지'를 할 때부터 제가 스타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20년 전 광고 모델로 활동할 때 이미 스타라는 얘기는 들어봤고, 또 그것이 부질없다는 것도 느꼈기 때문이죠. 1등을 하고 싶었다면 1등이 됐을 겁니다.하지만 전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12년 전 SBS '홍길동'에 출연할 때 시사회장에서 한 꼬마가 '아저씨가 왜 홍길동이 아니에요?'라고 묻더군요.제가 '난 주인공이 아니라 배우란다'라고 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부연 설명으로 오늘의 그를 있게 해준 '젊은이의 양지'와 '청춘의 덫'의 캐스팅 비화를 들려줬다.

두 작품에서 그는 모두 성공을 위해 여자를 배신하는 역을 연기하며 여성들의 분노를 샀다.

"두 작품 모두 사실 처음에는 '착한 나라' 역할이 주어졌어요.하지만 전 그때까지 제게 붙어다녔던 CF 스타라는 수식어를 떼고 싶었어요.그래서 고집을 피워가며 악역을 맡겠다고 했습니다.두 작품을 하고나니 비로소 제게 '배우'라는 호칭을 붙여주더군요."

이종원은 "난 예나 지금이나 항상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최근의 상승세? 그런 것 없다"면서 "자존심을 세워야할 때는 세우지만 과도한 욕심은 없다.그저 좋은 역이라면 달려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