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2차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26일 새벽 극적으로 가결돼 노사협상이 4개월여 만에 끝이 났다. 울산공장 아반떼룸 앞에 추석 전부터 설치돼 있던 농성 텐트도 철거됐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노사협상 과정에서 빚어진 노노간 갈등의 앙금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일부 강성 현장조직의 딴지걸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 노동조직 게시판에는 "20년 동안 투쟁으로 얻어낸 기득권이 한방에 사라졌다. 중복휴일,공휴일도 몽땅 회사에 바쳐야 한다"며 노조 집행부를 깎아내리려는 주장들로 도배질됐다. 이들은 노사가 합의한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행되면 생산라인간 근로자 이동(전환배치)이 회사 마음대로 이뤄져 20년간 누려온 기득권을 송두리째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노조와의 합의없이 회사측이 근로자를 마음대로 전환배치할 수 없어 근로자들은 노조에만 잘 보이면 큰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일부 강성 조직들이 "협력업체보다 임금이 낮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으로 조합원들을 부추겨 1차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 현대차 임금이 도요타보다 많은데도 생산성은 60% 수준밖에 안되는 원인이 바로 이 때문인데도 이들은 기득권만큼은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도 노사관계는 더욱 암울해 보인다. 자칫하면 1년 내내 극심한 노사분규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당장 내년 9월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에 맞춰 차기 집행부 선거가 예정돼 있어 더욱 그렇다. 틈만 나면 집행부 장악을 노리는 현장 조직들은 노사가 합의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선거때까지 물고 늘어지며 흠집을 낼 태세다.

이 같은 노노갈등에 회사는 이미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영은 뒷전인 채 지난 4개월여 동안 노사협상에 매달려야 했고 노조의 명분없는 12차례 파업에 7000억원의 매출손실도 입었다.

지금 현대차 노조는 눈앞의 작은 기득권을 포기하고 세계 일류기업으로 거듭날 것인지,그 기득권을 유지한 채 미국 GM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이다. 소탐대실하는 노조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울산=하인식 사회부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