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영진의 외부영입이 활기를 띠면서 한국에도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가 실시한 국내 매출액 순위 100대 기업의 CEO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100대 기업 가운데 올해 CEO가 바뀐 기업은 모두 20곳인데,이 가운데 40%가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다. 지난해 매출액 순위 100대 기업 중 CEO를 교체한 17개 기업 가운데 3명만 외부에서 영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CEO 영입이 이럴 정도라면 임원급의 외부수혈은 이미 일반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대거 외부에서 CEO와 임원을 영입하는 것은 '기업은 곧 CEO이고 CEO가 곧 기업'이라는 인식이 업계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발전하려면 유능한 CEO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글로벌 전략을 짜는 기업,변화와 혁신을 통해 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기업,강력한 구조조정과 신규사업 진출로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기업을 중심으로 검증된 경영자들을 수혈받고 있다.

대기업들이 영입하고 있는 CEO들은 크게 세 그룹이다. 하나는 글로벌 기업 출신이다. 이들은 주로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에서 글로벌 전략을 짜고 있다. 두 번째는 고위 관료 출신으로 새 정권의 정책기조 변화에 맞게 경영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마지막 그룹은 국내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대기업 경영자 출신으로 기업의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의 경영자 영입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8월 말 현재 매출액 100대 기업의 CEO 가운데 외부영입파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인데,조만간 2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머지않아 내로라하는 한국 대기업의 CEO에 5명 중 한 명꼴로 전문경영인이 포진하게 되는 셈이다. 아직까지 매출액 100대 기업 CEO의 63%가 공채로 입사해 최고경영자에 이른 사람들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채 CEO의 비중은 줄어들고 외부영입 CEO와 임원의 비중은 커진다는 얘기다.

CEO와 임원 시장의 형성은 경영자를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나쁜 소식이자 좋은 소식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조직에 충성해도 자기 회사의 경영자가 될 수 있는 확률은 계속 작아진다. 반대로 능력을 갖추고 있고 성과를 낼 수만 있다면 임원이나 CEO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특히 강한 리더십과 추진력,그리고 뛰어난 성과로 CEO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면 외국처럼 몇십년 동안 CEO로 재직하면서 부와 명성을 모두 움켜쥘 수 있다. 한국에서도 GE의 잭 웰치,IBM의 루 거스너,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챔버스 같은 CEO 브랜드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커리어케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