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금까지의 계약자 간 자율 해결이라는 입장에서 벗어나 키코(KIKO) 문제에 대해 직접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가 민.관 합동회의를 열어 지원 대상과 원칙을 정하고 은행이 직접 지원에 나서도록 방침을 정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키코 손실 금액은 대기업 39개 2460억원,중소기업 480개 7200억여원 등 1조억원에 육박한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 급등으로 추가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은행들이 중기대출 연체율이 1%를 넘어서면서 돈줄 조이기에 들어가 우량 중소기업마저 '흑자 부도'에 몰리자 결국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원 대상 선별한다지만

정부는 키코 문제 해결의 주체가 '중소기업'과 '은행'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해결 방법도 손실 규모 등에 따라 출자전환과 대출 지원을 선택하는 쪽으로 정리했다. 손해액만큼을 대출해주고 키코 계약을 청산하거나 예상되는 추가 손실을 부담이 적은 은행 대출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기존 대출금의 만기 연장과 함께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나는 우량 기업에 대해서는 직접 출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러나 키코 계약 약관 자체의 부당성이나 불완전 판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소기업들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쌍방 모두의 책임이라는 취지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약관의 부당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등한 쌍방간에 체결된 계약인 만큼 손실이 났다고 해서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결론을 정부가 내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 부담 떠안기기 논란

문제는 정부가 중소기업을 '사회적 약자'로 보고 은행이 책임을 떠안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지원 대상을 키코 관련 중소기업 전체가 아닌 견실한 이익이 나는 기업으로,투기적 거래가 아닌 단순 환헤지를 목적으로 계약을 맺은 기업으로 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옥석이 걸러지고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게 중소기업과 은행 양측 모두의 반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문제 해결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실상은 정부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따르라는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금융당국이 키코지원을 기준으로 은행을 평가하겠다는 방안이 단적인 예라는 것. 중기 여신의 부실에 대해서는 면책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수익성을 따지는 은행들이 얼마나 정부 방침을 따를지도 의문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키코를 판매한 직원들에 대한 책임 문제와 경영진의 배임 등 복잡한 법률적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은행의 출자전환이나 신규 대출 과정에서 신보나 기보가 보증을 선다고는 하지만 추가 부실이 발생할 경우 결국 나랏돈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26일 예정된 금융위 주도의 민.관 합동대책반 회의에서도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놓고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