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회복한 골드만삭스 초대형 은행지주사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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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새 100억弗 자금조달
블랭크페인의 이런 다짐처럼 신용경색 파장으로 한때 위기에 몰린 골드만삭스는 정부 지원과 신규 자금조달 성공에 힘입어 미국 4위의 초대형 은행지주사로 전환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투자은행의 은행지주사 전환을 허용,골드만삭스가 상업은행 인수를 통해 안정적인 자산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골드만삭스는 또 투자의 귀재인 버핏에게 영구 우선주를 팔아 50억달러도 확보했다. 24일엔 공모를 통해 당초 예상의 두 배인 총 50억달러의 자본을 확충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자본 확충으로 은행 자기자본비율은 12%대로 높아졌다. 이날 주가는 6.4% 상승한 133달러로 뛰었다.
브래드 힌즈 샌포드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버핏의 투자가 골드만삭스의 자본유치 능력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완전히 해소시켜줬다"고 평가했다. 영구 우선주에 대한 10%의 배당이 조달 비용 측면에서 비싼 것이 사실이지만,사업모델에 대한 불확실성을 180도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버핏이 "경쟁사들이 감히 겨룰 수 없는 글로벌 영업망을 바탕으로 검증된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 앞으로 계속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힌 것처럼 골드만삭스의 경쟁력은 우수한 인재에 있다. 골드만삭스의 직원들은 월가 어느 금융사와 견줘서도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인수ㆍ합병(M&A) 분야의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올해 M&A 자문 분야에서 모건스탠리를 제치고 세계 최고 기업에 올랐다. 올 들어 M&A 자문을 통해 15억8000만달러를 벌었다.
유동성 압박에서 벗어난 골드만삭스는 이제 M&A 분야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해 미 지방은행 인수에 나설 방침이다. 수신 기반이 있는 지방은행을 단시일 내 사들여 완충자본을 확충하겠다는 전략이다. 월가에서는 골드만삭스가 내년 상반기까지 경영난을 겪고 있는 다수의 지방은행을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미국 전역에 걸쳐 수신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실행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수신 기반을 구축한 뒤 곧바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투자은행 업무를 공격적으로 펼칠 전망이다.
1869년 기업어음 발행회사로 출발해 월가의 중심부를 차지하며 정치권과 깊숙이 유대를 강화해온 골드만삭스가 앞으로 시장을 어떻게 공략해갈지 주목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