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도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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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 레이크우도CC대표ㆍryccgm@paran.com >
그날도 나는 서둘러 배낭을 멨다. 배 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만 했다. 제주시에서 50여분을 달려 성산항에 당도했다. 눈앞에는 내가 그리도 가보고 싶어 하던 섬 속의 섬 '우도'가 바다 저편에 누워 있었다. 해안선을 따라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걷노라면 내가 있는 곳이 본섬인지,바다 저편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섬이 본섬인지 모를 착각에 한참을 서서 살피곤 했다.
난 종종 시간을 내어 섬 속의 섬 '우도'로 기억의 시간을 거닐곤 한다. 그만큼 우도는 내 기억 속에 큰 영감을 주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의 반은 경기도 골프장에,반은 제주의 호텔에 근무하길 20여년.하늘 길을 무수히 오가는 생활을 하다 올해야 완전히 경기도로 옮겼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여행은 낯선 곳을 찾아다니며 나 자신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것'이라고.나는 우도의 해안을 걸으며 나를 찾고자 애썼다. 그러나 찾고자 한다고 금방 찾아지는 게 아니지 않은가? 기업경영과 세상만사의 복잡함으로 가득한 마음을 잠시 비워본다. 이내 텅빈 충만함이 몰려온다. '텅빈 충만'이란 말의 뉘앙스가 아이로니컬하다. 문득 자연이 준 선물임을 알고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걷는다.
이윽고 우도팔경 중 하나인 동안경굴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런 행운이 있나. 이 굴에서 동굴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무심코 찾았던 동굴에서 열리는 음악회!! 색다른 느낌과 신비감마저 느껴졌다. 여행객들은 삼삼오오 동굴에 앉아 있었다.
순간 어느 저녁날 운동을 하며 들었던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의 느낌이 중첩됐다. 서주(序奏) 부분에서 나는 동굴 속으로 빨려들어간다는 착각에 빠졌다. 그런데 지금 난 우도의 동굴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동안경굴이나 핑갈의 동굴은 푸른 바다를 향해 입을 벌린 모습도 비슷하고 기대고 있는 언덕의 모습까지도 비슷하다. 아니 바위에 부서지는 흰 파도와 갈매기떼까지도 비슷한 것 같다. 하나는 제주도 우도의 동굴이요,또 하나는 머나먼 이국땅의 동굴이다. 그 상이함 속에서 일치감을 느끼는 건 아마 자연과 음악이 주는 위대함 때문이 아닐까. 난 우도의 동안경굴에서 핑갈의 동굴을 듣고 있었다. 아……그 떨림,그 울림!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는 우연히 찾았던 동굴에서 만난 작은 행복 때문일 것이다. 우리네 삶에서 늘,또는 가끔 예기치 않게 만나는 우연은 사람을 참 행복하게 한다. 지금도 동굴음악제가 열리고 있을까. 궁금하다.
그날도 나는 서둘러 배낭을 멨다. 배 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만 했다. 제주시에서 50여분을 달려 성산항에 당도했다. 눈앞에는 내가 그리도 가보고 싶어 하던 섬 속의 섬 '우도'가 바다 저편에 누워 있었다. 해안선을 따라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걷노라면 내가 있는 곳이 본섬인지,바다 저편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섬이 본섬인지 모를 착각에 한참을 서서 살피곤 했다.
난 종종 시간을 내어 섬 속의 섬 '우도'로 기억의 시간을 거닐곤 한다. 그만큼 우도는 내 기억 속에 큰 영감을 주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의 반은 경기도 골프장에,반은 제주의 호텔에 근무하길 20여년.하늘 길을 무수히 오가는 생활을 하다 올해야 완전히 경기도로 옮겼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여행은 낯선 곳을 찾아다니며 나 자신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것'이라고.나는 우도의 해안을 걸으며 나를 찾고자 애썼다. 그러나 찾고자 한다고 금방 찾아지는 게 아니지 않은가? 기업경영과 세상만사의 복잡함으로 가득한 마음을 잠시 비워본다. 이내 텅빈 충만함이 몰려온다. '텅빈 충만'이란 말의 뉘앙스가 아이로니컬하다. 문득 자연이 준 선물임을 알고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걷는다.
이윽고 우도팔경 중 하나인 동안경굴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런 행운이 있나. 이 굴에서 동굴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무심코 찾았던 동굴에서 열리는 음악회!! 색다른 느낌과 신비감마저 느껴졌다. 여행객들은 삼삼오오 동굴에 앉아 있었다.
순간 어느 저녁날 운동을 하며 들었던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의 느낌이 중첩됐다. 서주(序奏) 부분에서 나는 동굴 속으로 빨려들어간다는 착각에 빠졌다. 그런데 지금 난 우도의 동굴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동안경굴이나 핑갈의 동굴은 푸른 바다를 향해 입을 벌린 모습도 비슷하고 기대고 있는 언덕의 모습까지도 비슷하다. 아니 바위에 부서지는 흰 파도와 갈매기떼까지도 비슷한 것 같다. 하나는 제주도 우도의 동굴이요,또 하나는 머나먼 이국땅의 동굴이다. 그 상이함 속에서 일치감을 느끼는 건 아마 자연과 음악이 주는 위대함 때문이 아닐까. 난 우도의 동안경굴에서 핑갈의 동굴을 듣고 있었다. 아……그 떨림,그 울림!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는 우연히 찾았던 동굴에서 만난 작은 행복 때문일 것이다. 우리네 삶에서 늘,또는 가끔 예기치 않게 만나는 우연은 사람을 참 행복하게 한다. 지금도 동굴음악제가 열리고 있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