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은 차기 총선을 겨냥해 사상 유례없는 '세습 내각'으로 짜여졌다는 평이다.

총리를 포함해 4명의 각료가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총리로 둔 명문 정치가문 출신임은 물론 18명중 절반 이상이 세습의원이다.

이들 가운데 특히 주목을 끄는 인물은 오부치 유코(小淵優子.34) 소자화(少子化) 담당상과 나카소네 히로부미(中曾根弘文.62) 외무상이다.

이들 2명은 부친이 총리를 역임한 일본의 전형적인 세습의원 출신. 외조부가 일본 현대정치의 터를 닦은 요시다 시게로(吉田茂) 전 총리인 아소 총리를 정점으로 하는 세습 내각의 일각을 떠받치고 있다.

저출산 대책 등을 관장하는 소자화(少子化) 담당상에 기용된 오부치 의원은 지난 2000년 재임중 급환으로 타계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의 차녀.
영국 유학중 부친의 비보를 접하고 급거 귀국, 오부치 전 총리의 지역구인 군마(郡馬) 5구를 그대로 전수받아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3선 의원이다.

그는 34세 대신이라는 전후 최연소 입각 기록을 세웠다.

37세로 우정상에 취임했던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현 소비자 담당상의 종전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또 나카소네 신임 외무상은 일본 정계의 대원로로 지금도 개헌 문제 등에 의욕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의 장남이다.

대부분의 세습의원이 부친의 비서를 거쳐 정계에 입문하듯 이들도 부친의 자민당 총재와 총리 시절 비서관을 지낸 뒤 부친의 선거구를 물려받아 손쉽게 국회에 입성한 케이스다.

지난달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내각 개편 때 법무상에서 물러난 뒤 2개월도 채안돼 재입각한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 총무상은 조부가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전 총리이다.

부친도 외무상을 지냈으며,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이 형이다.

이밖에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55) 재무상은 부친이 농수상을 지낸 정치가 집안 출신이며,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행정개혁상, 모리 에이스케(森英介) 법무상, 하마다 야스가즈(浜田靖一) 방위상도 부친이 중의원을 지낸 세습의원이다.

아소 총리가 자신의 내각을 유독 세습의원 중심으로 구성한 것은 이들이 지역에서 집안 대대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측면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소 총리가 조기에 중의원을 해산, 다음달 하순이나 11월 초순에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는 시기적으로 촉박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인물들을 기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해석이다.

그러나 브랜드를 중시한 내각에 대한 여론의 역풍도 예상된다.

정치를 가업으로 하는 명문가 집안에서 '귀공자'로 어려움없이 자란 세습의원 출신들이 사회 양극화 확대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국민생활 등의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서민들의 눈에는 별세계 집단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