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권선구에서 아파트를 지으려고 하는 모 개발업체 A사장.내년 8월께로 예상했던 분양시기를 5월이나 6월로 앞당기기 위해 한참 머리를 굴리고 있다. 내년 7월1일 이후 아파트를 분양하면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에 거주요건이 추가돼서다.

지난 22일 기획재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되는 신규 아파트에 대해 집주인이 2년 이상 직접 살아야 양도세를 면제해 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울 과천과 분당 일산 등 5대 신도시는 2년에서 3년으로 비과세 거주기간이 늘어난다.

A사장은 "가뜩이나 분양시장이 안 좋은데 거주요건마저 추가된다면 수요자들의 외면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의 업체들이 우리와 비슷하게 분양시기를 앞당기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거주요건의 강화의 위력을 보여준 사례가 있다. 재정부는 거주요건 강화를 연내 시행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가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며칠 만에 시행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그 사이에 아파트 청약을 받은 김포한강신도시 우남퍼스트빌은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그러다 연기 방침이 정해지면서 첫날 계약률만 40%를 넘겼다.

건설업계에선 거주요건 강화로 '제2의 밀어내기 분양'이 재현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흘러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건설업체들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앞다퉈서 '밀어내기 분양'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한 중견건설업체 임원은 "내년 하반기 분양물량을 상반기로 서두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또 다른 규제가 적용 되도록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분양을 앞당긴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소화할 수 없을 만큼 물량이 쏟아지면 미분양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규모 주택공급대책과 세제완화 방침 등 부동산 대책을 보름에 한 번씩 쏟아내고 있다. 이왕이면 주택사업자나 내집마련 수요자들이 예측가능하도록 우왕좌왕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박종서 건설부동산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