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달아올랐던 러시아 부동산시장이 글로벌 금융대란 여파로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러시아 국내 은행들이 대출 업무 일체를 중단했으며,부동산 개발업자에 대해 사업의 무기 연기와 국내외 증시 상장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월가발 금융대란은 러시아의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메드베데프 정부가 내세웠던 저가 주택 정책마저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옛 소련 시절 지어진 낡고 허름한 아파트를 재개발해 삶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현재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최대 건설 그룹인 미락스(Mirax) 관계자는 "추가적인 사업 확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며 "건설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업체들은 급증한 이자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인 미락스 역시 금리가 연 25%로 치솟자 예정된 사업들을 무기 연기했다. 또 자금난을 겪는 기업을 낮은 가격에 인수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중소 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은 더 크다. 5건의 쇼핑몰 건설계약 중 3곳의 계약이 무산돼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업체도 있다. 정부가 40억달러를 들여 건설계획을 세운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흑해리조트 사업도 대폭 수정됐다.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은 지난주 금융시장에 600억루블(약 23억6000만달러)을 투입,건설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희석 인턴(한국외대 4년) sanochi103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