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 < 대우조선걸설 감사 >

금융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에선 지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대형 금융회사의 부실로 인해 금융시스템 자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변형옵션의 일종인 키코(KIKO) 거래로 인한 수출기업들의 외환거래 손실이 골치아픈 경제적 이슈로 등장했다.

연매출액 6000억원대의 우량 코스닥 상장기업인 태산LCD는 키코로 인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 16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으며,키코를 거래한 130개사는 은행을 상대로 거래무효소송을 준비하는 등 경제적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키코 거래는 작년 5월부터 12월 사이 달러 약세가 계속되던 시기에 주로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10년 전 이 무렵에는 프로맥스딜(Pro Max Deal)이라는 이름으로 토털 리턴 스와프(Total Return Swap)거래가 JP모건과 SK증권 외 6개 국내 기업들 사이에 이뤄졌었다. 프로맥스딜로 인해 SK증권이 입은 손실이 3억5000만달러였으며,7개사 전체의 손실규모는 7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CB(상업은행)는 기업과 계속적인 여수신거래를 유지하면서 은행의 이익과 함께 기업의 장기적 성장 발전도 도모하는 데 반해 IB는 장기적 거래관계보다는 고수익의 단타성 딜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CB들도 고수익성 영업을 쫓다보니 IB를 닮아간다. 그러나 CB는 고객이 이룩한 성과 중 정당한 보수만을 취함으로써 장기적인 윈-윈관계를 유지해 나가야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거래처의 지나친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난감가게에서도 어린이에게 위험한 완구는 팔지 않는다. 파생상품은 기업과 은행과 지방정부마저 파산시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흉기가 될 수도 있는 괴물이다. 기업은 이러한 괴물에 접근할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은행들 역시 설령 기업이 강원랜드를 서울랜드로 잘못알고 찾아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거래를 원할 경우에도 금융전문가적 입장에서 섣불리 위험에 뛰어드는 것을 자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옳은 방향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