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 보통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니다. 은행권에 따르면 전체 은행의 중기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에 못미쳤으나 8월 말 기준으로 1.5%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갈수록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데다,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경색이 심화되고 있는 탓이다. 자칫 경영실적이 우량한 중소기업들까지 일시적인 유동성(流動性) 부족으로 인해 흑자도산하는 사태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 같은 대출 연체율이 앞으로 더 높아질 게 불보듯 뻔하다는 점이다. 이미 은행들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해외차입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대출을 줄이거나 상환연장을 해주지 않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대출자산을 늘릴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들이 당장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게다가 태산LCD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에서 보듯,견실한 중소기업조차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 계약으로 인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유망 수출 중소기업들까지 흑자도산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고 보면,대책마련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지금은 일시적인 유동성 결핍으로 인한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금융권의 적극적인 협조가 우선 필요하다. 유망한 중소기업들이 일시적 자금난에 몰려 도산(倒産)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출회수를 가급적 자제해야 할 것이다. 대출해준 중소기업들이 도산할 경우 이는 결국 금융회사에도 적지 않은 리스크 요인으로 그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정부도 신용보증기금 등을 활용한 중소기업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 주말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중소기업이 흑자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강조한데 이어,어제 열린 거시경제정책협의회에서 정부가 우량 중기에 대한 신용지원 활성화 등 대책을 강구키로 한 것도 사안 자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다급한 불을 끄는 게 절실한 상황인 만큼 구체적 지원방안 수립과 실행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