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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칼럼] 미국이 가장 겁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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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위기에 빠진 금융권 전체를 대상으로 사상 유례없는 구제금융을 단행키로 했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부실채권을 사들여 금융사들의 회계장부를 청소해 주고 금융시스템을 지키겠다는 취지지만 냉정히 따져보면,미국이 파산을 막기 위해 발권력을 동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31년 대공황 때 허버트 후버 대통령이 재건금융공사(Restructuring Financing Corp)를 세워 은행과 기업들에 직접 자금을 지원할 때와 상황이 흡사하다. 당시에는 자산가치가 급락하는 과정(디플레이션)에서 유럽 투자가들이 맡긴 금을 빼가고 증권을 투매하면서 미국이 공황에 휩싸였다.

    부시 정부가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상 초유의 조치를 발표한 것도 신용공황이 확산되면서 해외 투자가들이 미국을 떠날 조짐을 감지한 직후였다.

    이달 초 양대 모기지회사의 국유화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도 이들 회사의 채권을 매입한 외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의 불만이 커지면서 나온 조치였다. 특히 한국 언론에서 한국은행이 양사 채권에 380억달러를 투자했다가 자칫 손실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보도하면서 미 재무부 내 위기감이 커졌다는 후문이다. 미국에서 해외 자금 이탈은 곧 국가 파산을 의미한다. 나라가 거덜나도 AAA라는 최고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할 순 있지만,외국 자본이 한꺼번에 돈을 빼가는 순간 파국을 피할 수 없는 게 바로 미국이다.

    도탄에 빠진 미국 금융 이면에는 '디레귤레이션'(탈규제)과 '과잉 레버리지'(차입)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잡고 있다. 클린턴 정부를 포함해 지난 15년은 탈규제의 시대였다. 은행이든 개인이든 빚을 많이 쓸수록 돈 벌 가능성이 컸다.

    규제가 없는 탓에 특정 자산을 기초로 파생증권을 만들고 그 증권에 보증을 붙여 더 비싼 값에 팔았다. 이런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파생상품 시장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누가 연관됐으며 손실은 총 얼마인지조차 따지기 어려울 정도였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실제 발행된 모기지증권은 6조달러 규모인데,이를 보증하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시장 규모는 62조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 금융사의 파산이 시스템 위기로 옮겨갈 위험이 그만큼 컸다"고 말했다.

    자유를 향유하며 탐욕은 커 가는데 감독시스템은 19세기 수준에 머물렀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 1 원칙은 "명료한 범죄 행위가 드러났을 때만 제재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입장에선 사전적이고 선제적인 금융감독은 후진국에서나 하는 얘기였다. 게다가 증권은 SEC에서,보험은 주 정부 보험감독청에서 꼼꼼하게 감독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지주회사 감독은 소홀하기 짝이 없었다.

    미국 금융사는 지주회사 체제인데도 말이다. 보험지주회사의 업무영역에 대해서도 사전 규제가 없다. AIG는 CDS 거래를 그렇게 많이 했어도 감독당국으로부터 경고 한번 받지 않았다. 방종의 쓴 맛을 본 미국 정부는 앞으로 규제를 점차 강화할 것이다. 그래야 외국 자본을 계속 붙잡아 놓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뉴욕=이익원 ik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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