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의 머릿속에는 온통 '세컨드샷' 생각뿐이다. 골프 얘기가 아니다. 미국 의회가 조지 W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한ㆍ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반드시 처리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문제를 두고 털어놓은 고민이다.

이 대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특파원들과 만나 비준동의안 처리과정을 골프에 비유했다. 그는 미 행정부가 비준동의안을 제출하면(드라이브샷) 의회가 받아서 그린에 올려(세컨드샷) 최종 표결하는(퍼팅) 구조인데 의회의 의지가 걸림돌이라고 곤혹스러워했다. 현재 미 의회는 한ㆍ미FTA에 불만인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행정부야 제출하는 쪽이니 드라이브샷은 문제 없고,의회가 심의를 통해 세컨드샷이든 서드샷이든 해줄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라며 "그린에만 올려주면 원 퍼팅이나 투 퍼팅으로 파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대사는 업무 중 80∼90%를 미 의원들을 만나는 데 할애하고 있다. 총 435명의 하원 의원 가운데 일단 공화당 160명,민주당에서 70명 정도의 호의적인 우군을 확보했다. 이들이 다 찬성표로 연결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현재로선 아주 비관적이지도,아주 낙관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 대사는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비준동의안이 처리될 확률은 50 대 50"이라면서 "오는 11월4일 미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 열리는 '레임덕 세션'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비준동의안이 이 기간에 통과되지 않으면 향후에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배수진을 친 것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