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 지식경제부 차관 >

매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북미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인 CES는 IT,전자통신 분야의 신제품 및 신기술의 경연장으로 전 세계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다. 곧이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GSM),3월 하노버(CeBIT),8월 베를린(IFA),9월 두바이(GiTEX),10월 한국,중국전자전 등 관련 업종 전시회가 전 세계를 순회한다.

선진국에서 전시회는 가장 효과적인 글로벌 마케팅 수단이며 기술개발과 정보교류의 장(場)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바이어는 일반 관광객에 비해 방문 시 지출액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관광산업 등 경제 전반에 걸친 전후방 파급효과가 크다. 이에 더해 전시회 개최지역의 도시브랜드 가치까지 높이는 무형의 효과도 만만치 않아 각국이 경쟁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전통적인 전시강국인 독일에선 수출입 거래의 60% 이상이 전시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전시산업의 규모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고 있다. 그로 인한 고용창출도 20만명을 넘어선다. 홍콩 싱가포르는 물론 중국 일본 등도 전시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00년대 후반 들어 전체 전시장 면적을 300만㎡ 이상으로 확대,전시장 면적기준으로 독일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2위의 전시산업국가로 부상했다.

우리나라도 1978년 한국전시장(COEX),2001년 부산(BEXCO) 대구(EXCO),2004년 고양(KINTEX) 전시장 등을 완공해 전국적으로 10개 전시장,16만6000㎡의 전시면적을 확보했으며 연간 350회 이상의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시산업은 세계 11위권의 무역규모에 비해 규모나 질 측면에서 미흡한 수준이다. 전시회당 규모가 작고 국제화 수준도 낮아 전시산업 규모(매출액 기준)가 전체 GDP의 0.17%에 불과하며,글로벌 마케팅이나 기술교류의 장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전시산업발전 5개년 계획 수립,전시장 확충,독자적인 산업분류 및 통계체계 구축,전문인력 양성,세제 지원조치 등 전시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각종 정책 마련에 올인하고 있다. 이러한 전시 인프라 확충 정책은 세계적 수준의 브랜드 전시회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IT,전자,조선,기계류 등의 국제경쟁력이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브랜드 전시회를 만들어 낸다면 제조업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조업-서비스업의 동반 성장모형이 구축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정부정책의 성패 여부는 결국 전시산업계의 자발적 선진화 의지와 노력 여부에 달려 있다. 업계는 전시회의 국제화,대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첨단마케팅 기법 도입을 통해 세계 유수 바이어들의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IT 기술을 전시운영에 도입해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독창적인 장치 디자인을 개발함으로써 세계적 수준의 질 높은 전시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의 뒷받침과 함께 이와 같은 전시업계의 노력이 동반된다면 수요자인 산업체,무역업계,그리고 바이어로부터 다시 찾고 싶고 꼭 참여해야 하는 전시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월 제정된 전시산업발전법이 오늘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법은 전시산업 선진화를 위한 관련업계와 정부의 노력을 뒷받침해 준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전시산업이 '아시아 전시산업의 허브'가 되어 경제난관의 극복과 지속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