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문화서 한단계 진화·친환경 소재 선호

고급스럽고 편안한 삶을 추구하면서도 환경을 생각해 자연친화적 소재로 만든 상품을 골라 쓰는 '오가닉 럭셔리족(organic luxury族)'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들은 자신과 주변인의 건강을 삶의 최우선 가치로 꼽으며 '잘 먹고 잘 살자' 수준의 웰빙족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의류 잡화 등 생활용품 전반을 아울러 오가닉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층도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다.

오가닉 럭셔리족에게는 파파라치가 찍은 외국 스타들의 사진이 '패션 교과서'가 된다. 최근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들이 한결같이 메고 있는 천 가방이 파파라치 카메라에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가방 앞면에 큼지막한 글씨로 '자연은 나의 신앙(Green is my religion)'이라고 씌어 있는 이 가방은 이탈리아 브랜드 '베네통'의 신진 디자이너가 합성수지가 아닌 천으로 만든 제품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베네통 매장에서 개당 1만5000원에 팔린다. 명품 가방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 오가닉 럭셔리족의 필수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 유아용품 브랜드 '오가닉 코튼'은 3년간 농약을 쓰지 않은 땅에서 생산한 섬유로 의류 제품을 만든다. 주 재료인 텐셀(tencel)은 100% 식물세포벽 성분의 재생 섬유로 피부에 해를 끼치지 않아 아기를 둔 '오가닉 맘(mom)'들 사이에 입소문이 돌고 있다.

이와 함께 모닥불 속 장작이 타는 듯한 '탁탁탁' 소리와 함께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향초도 인기를 끈다. 미국 '다이나 데커'가 최근 선보인 이 향초는 심(芯)부터 몸통 부분까지 모든 재료를 나무에서 구했다.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이달 초부터 직수입해 판매하는데 가격이 9만9000원(10㎝)에 달한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향초에 정신을 맑게 하는 성분인 '바이오레타'와 불면증에 효과 있는 '클레멘타인' 성분 등이 들어 있어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며 "다음 달 초 미국의 인기 프로그램 '오프라 윈프리 쇼'에 소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는 올해 국내 소비시장을 주도할 11대 트렌드의 하나로 '에코 프렌들리(eco-friendly)'를 꼽았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소비자학과)는 "환경을 걱정하는 이들이 늘고 세계적으로 자연친화적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앞으로 자연과 명품이 결합된 '오가닉 럭셔리족'이 엘리트 소비문화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