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 LG전자 부사장ㆍjayhlee@lge.com >

요즘 회사 경영자들의 화두는 당연히 환율 변동이다. 특히 환손실을 막기 위한 환헤지 내용이 자주 입담에 오르내린다.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해 환헤지 상품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입했는데,올해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내용이 주류다. 이는 개별 회사가 감당하는 수준을 넘어선 만큼 정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경영자도 적지 않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위험이 환율뿐일까. 환율문제는 단지 '발등의 불'일 뿐이다.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기술개발 및 지식재산권 확보 문제도 '강건너 불'은 아니다. 디지털화 및 글로벌화가 가속되면서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이 다른 많은 사건에 순식간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 반대로 이러한 파장이 혼돈이 되어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기도 한다. 한마디로 이런 흐름을 잘 타면 '대박'이요,못 타면 '쪽박'을 차게 된다는 얘기다.

기술개발의 선행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미래에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그 수요에 대한 예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특허를 포함한 지재권 분야에서도 미래에 필요한 지재권은 라이선싱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추세와 동향 파악 등 변화를 예측하려고 안간힘을 쓰곤 한다. 때로는 통계자료에 나타나지 않는 민감한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직관과 통찰이 총동원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미래예측은 점점 어려워진다. 왜 그럴까. 사람의 의사결정과 조직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에 대한 예측이 힘들기 때문이다. '미래 설계자'의 역할이 커졌다는 얘기다. 이는 창의성과 혁신성이 중요해지는 지식경제사회가 도래하면서 더욱 분명해졌다. 20년 전 우리나라가 반도체,정보통신분야를 이끌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식경제사회에서는 미래에 대한 예측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예측을 실현하기 위해 참여하는 조직의 의지와 실행력이 중요하다. 즉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의 패러다임은 ITㆍBTㆍNT 간의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사업영역을 창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예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참여자로서의 실행이다. 고급인력을 양성하고,그들이 복합기술을 경쟁자들보다 먼저 개발해 앞으로 열릴 시장을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