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최태원 회장 "여건 안좋아 허리띠 졸라 매야"

미국발 금융위기로 재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기업 총수들은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하며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16일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 부인인 명계춘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는 게 사실이며 단기간에 마무리될 사안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국내 업계가 한동안 견뎌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 회장은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을 때 기업들이 너무 팽창하면 안 된다"며 "각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고 노사 단합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 금융 경색은 국내 시장에 다소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외부적 요인에 따른 것일 뿐 국내에 자금경색을 유발할 정도는 못된다"면서 "주가가 내려가는 것도 잠깐의 쇼크에 의한 것이며 외자유치도 '펀더멘털'이 괜찮으면 해결될 문제이지 일부러 돈을 끌어들인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라 뭐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면서도 "현재 상황으로는 사태가 매우 심각하며 장기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 미국발 금융위기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그러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고 메릴린치가 매각되는 것은 뒤집어보면 금융불안 해소를 위한 바닥탈출 신호로 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안재석/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