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개막했던 제13회 베이징장애인 올림픽이 폐막을 하루 앞둔 가운데 한국 장애인체육은 이번 대회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애를 극복하려는 참가자들의 도전에 더 큰 의미를 두는 패럴림픽의 정신을 감안할 때 순위가 전부는 아니지만 장애인 올림픽을 통해 국내 장애인 스포츠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적도 간과할 부분만은 아니라는 게 장애인 스포츠계의 시각이다.

◇총론 만족, 각론은 아쉬움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애초 금메달 13개로 종합성적 14위를 목표로 했다.

폐막을 하루 앞둔 16일 현재 한국선수단은 이날 오후 늦게 열리는 탁구 남자 단체전 결승을 제외하고 금메달 9개와 은메달 8개, 동메달 13개를 각각 따내 종합 14위를 기록 중이다.

탁구에서 금메달을 1개 더 보태거나 은메달을 추가하면 금메달 9개에 은메달 9개, 동메달 2개로 13위를 기록 중인 튀니지를 앞설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애초 목표했던 종합 순위는 달성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 보면 그리 썩 만족스러운 성과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패럴림픽에서 한국의 금메달 100개 중 가장 많은 23개의 금메달을 따내 최대 금밭으로 불렸던 탁구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과 동메달 각각 1개와 2개를 목표로 했지만 현재까지 은메달 2개와 동메달 2개에 그쳤다.

또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내겠다는 야심에 찬 목표를 세웠던 양궁에서는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우리 선수가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역도와 수영에서도 금메달 1개씩을 예상했지만 심판의 편파 판정과 중국의 거센 추격에 밀려 아쉽게 금메달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다만 사격이 금메달을 4개나 획득하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데다 보치아에서도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로 목표를 웃돈 것은 고무적이다.

◇ `세대교체' 필요성 대두
이번 패럴림픽에서 극명한 대조를 보인 양궁과 사격은 세대교체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양궁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과 박용석 감독은 오래 전부터 호흡을 맞춰 왔다.

특정 장애인체육단체와도 인연이 있다.

그러다 보니 `식구끼리' 뭉친 이들이 변화에 둔감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선수층이 얇다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외부 지도자나 선수들을 과감히 받아들여 훈련방법 등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해 사격은 대회를 앞두고 세대교체가 대거 이뤄졌다.

2관왕 이지석(34)을 비롯해 사격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 4명 모두는 이번에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들이다.

이시홍 감독도 청주시청 소속이지만 대표팀 감독을 맡은 뒤 과학적 훈련시스템을 도입해 선수들의 실력을 많이 향상시켰다는 평이다.

대회 직전 두 종목 선수들의 연습장을 다녀왔던 한 장애인체육 관계자는 "양궁은 체계적 훈련보다는 선수 개인의 능력에 너무 의존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사격은 외부에서 들어온 감독이 첨단 훈련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내심 금메달 5개도 바라봤었다"고 털어놨다.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질 종목도 있다.

장애인올림픽 역도 4연패를 달성한 `헤라클레스' 정금종(43)이나 90㎏급 세계신기록을 보유한 박종철(41)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다.

최근 중국세에 밀려 하향 추세인 역도는 이제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다.

◇ 패럴림픽 `스타' 떴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미미하지만 일부 장애인 선수들은 점차 자신의 영역에서 스포츠인으로서 위상을 세워나가면서 스타가 될 가능성도 보여줬다.

장애인 특화종목인 보치아에 출전해 사상 첫 2관왕이 된 박건우(18)는 뇌성마비 1급의 중증장애인임에도 구김살 없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며 관심을 끌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의 홈페이지에는 박건우가 언제 입국하느냐는 문의 전화도 걸려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기보조원인 부인 박경순씨의 사랑에 힘입어 사격 2관왕을 달성한 이지석(34)에게는 두 사람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방송 제의도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 수영계의 박태환'이라는 별명을 가진 민병언(23)과 여자 수영의 `얼짱' 김지은(25)은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모든 종목 결승에 오른 실력과 끈질긴 투혼으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육상에서 휠체어를 타고 100m와 2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홍석만은 이번 대회에서도 400m 금메달과 동메달 2개를 따내는 등 잘생긴 외모 만큼이나 뛰어난 실력을 보여줘 많은 주목을 받았다.

◇ 중국, 패럴림픽도 `독주'
시선을 밖으로 돌려보면 중국의 압도적 1위가 눈길을 끈다.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에서도 금메달 63개로 사상 처음 종합 1위를 차지한 중국은 이날 현재 금메달 80개로 2위 영국(금 41개)을 두 배 가까이 앞서고 있어 사실상 우승이 확정적이다.

중국은 지난달 열린 비장애인 올림픽에서도 미국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어 하계 장애인.비장애인 올림픽 통합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계 통합우승은 미국이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한 게 유일하다.

◇인간 승리 보여준 감동의 투혼
이번 대회에서는 인간 승리 드라마를 연출한 외국 선수들도 많았다.

베이징올림픽 수영 마라톤에서 25명 중 16위를 차지, 인간 승리의 감동을 연출했던 외발 여자 수영선수 나탈리 뒤 투아(24.남아프리카공화국)는 패럴림픽 5관왕 2연패를 달성했다.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해 비장애인들과 당당히 겨뤘던 외팔 탁구 소녀 나탈리아 파르티카(19.폴란드)는 개인전 장애 10등급 결승에서 금메달을, 단체전에서는 은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다.

육상에서 비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하려다 제지당하자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반 선수들과 기량을 겨룰 수 있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1.남아프리카공화국)도 남자 100m T44(절단 장애자들이 벌이는 트랙경기)와 200m T44에서 2관왕이 됐다.

또 발을 이용해 서브를 넣으면서 유명해진 미국의 휠체어테니스 선수 닉 테일러(29)는 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이징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