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물환경정책과 조순 사무관.6년 전인 2002년 가을부터 경기도 평촌 집에서 정부 과천청사까지 7㎞ 거리를 자전거로 20여분 달려서 출퇴근한다. 집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가스는 한 달간 500㎾와 70㎥.조 사무관의 에너지 사용량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약 91㎏.차량으로 서울~부산을 한 번 왕복할 때 나오는 양과 같다. 1년간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상쇄하는 데 필요한 나무는 3만4125그루로 추정된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살고 있는 회사원 김모씨.매일 강남구 삼성동 회사를 출퇴근하는 데 2400㏄ 자가용을 사용한다. 전력 100㎾에 가스 150㎥를 사용하는 김씨의 한 달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64㎏으로 계산됐다. 서울∼부산을 6번 왕복할 때 발생하는 규모다. 연간 기준으로는 나무 18만125그루를 잘라낸 것과 같은 수준이다.

김씨가 조 사무관보다 CO₂를 6배 넘게 배출하는 이유는 자가용 출퇴근 때문이다. 자동차는 현대 생활의 필수품이지만 심각한 온실가스 배출원이기도 하다. 교통물류 부문의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량은 우리나라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박창호 재능대학 유통물류과 교수는 "교통 물류 부문에서 온실가스 감축량을 줄이면 제조ㆎ생산 분야에서 그만큼 여유가 생겨 기업들의 경제활동에도 충격을 덜 줄 것"이라며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고 친환경 연료나 친환경 교통수단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중심의 물류를 바꿔라

국내 교통물류부문에서 도로운송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기준으로 에너지 소비의 78.3%,온실가스(CO₂) 배출량의 84.5%에 달한다. 에너지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은 철도화물의 수송분담률은 1996년 8.6%에서 2005년 6.1%로 줄었다. 수도권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1996년 53.4%에서 2005년 51.8%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저항과 혼란이 적은 화물부문부터 도로운송 비율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2004년 7.7%인 철도화물 수송 분담률을 2020년 16%가량으로 높이기 위해 철도 연계 수송네트워크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친환경 교통수단 활성화해야

국내 교통시스템과 선진국의 가장 큰 차이는 자전거 등 비동력 교통수단 비중이다. 유럽 주요 국가들의 자전거 등 비동력 부문의 수송분담률은 덴마크가 33%에 달하는 것을 비롯 평균 17~20% 수준이다. 한국은 2006년 현재 3.0%로 비교 자체가 어렵다.

국내에 자전거 등 비동력 교통수단을 늘리려면 자동차 위주로 건설된 도로 공간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전거와 대중교통망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늘리면서 자전거 대여제 등으로 보급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친환경 운전습관인 에코드라이브도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에 큰 효과를 가져다 준다. 급가속,급출발,고속주행을 자제하고 공회전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20∼30%의 절감 효과를 얻는다는 분석이다. 박용성 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은 "에코드라이브 운전습관을 생활화하면 연간 100억ℓ의 석유에너지를 절약하고 자동차 배출 이산화탄소의 30%인 2900만t을 감축할 수 있다"며 "연료비 16조원,이산화탄소 감축비용 9조원 등 25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주유소 없는 시대가 곧 현실로

그린카가 활성화되려면 연료전지 등을 장착해 일반 차량 보다 비싼 차값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미국의 벤처기업인 베터 플레이스(Better Place)가 이스라엘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베터 플레이스는 전기자동차를 무료나 저가에 보급하고,주행거리에 따라 사용료를 받는다는 구상이다. 신사업이 가능한 배경은 휘발유와 전기요금의 격차다. LG경제연구원은 "유가 급등으로 휘발유 차량의 마일당 연료비는 미국이 0.2달러,유럽이 0.4달러가량이지만 전기자동차의 전기료는 10분의 1~20분의 1인 마일당 0.02달러"라며 "전기자동차 값을 2만5000달러로 예상했을 때 주행거리 요금을 마일당 0.4달러만 받을 경우 6만6000마일만 운행하면 손해보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연평균 주행거리 1만5000마일을 감안하면 4년 반이면 원금이 회수되고,차량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평균 10만마일을 달리는 점을 감안하면 대당 1만3000달러가량의 이익이 생긴다고 LG경제연구원은 전망했다.

온실가스 감축분을 탄소배출권으로 인정받아 판매한다면 이익의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베터 플레이스는 현재 한국에서도 전기차 대여업을 벌이기 위해 자동차 업체들과 접촉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린카는 교통물류 부문에서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매우 크지만 비싼 가격이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며 "전기차 임대업 등 신사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 집에서 충전만 하면 달리는 '주유소 없는 시대'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