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6~17명..대통령-野주지사 14일 회동

친(親)-반(反) 정부 시위대의 유혈충돌로 빚어진 볼리비아 시위 사태가 점차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EFE 통신 등 외신들이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야권 시위대가 볼리비아 국민의 재산인 공공기관과 천연가스 시설을 더 이상 공격하지 않는다면 계엄령을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전날 시위대의 유혈충돌로 1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북부 판도 주(州)에 대해 계엄령을 선포했다.

일부 외신은 사망자 수를 17명으로 전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최대의 천연가스 매장지역인 남부 타리하 주의 마리오 코시오 주지사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장시간 회동을 가진 끝에 폭력사태 종식을 위한 노력에 합의했으며, 14일 중 야권 주지사들과 만나 정국혼란 수습책을 협의할 예정이다.

야권 주지사들은 모랄레스 대통령과의 회동에 앞서 이날 저녁 동부 산타크루스 주의 주도(州都)인 산타크루스 시에 모여 입장을 조율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특히 코시오 주지사와의 회동에서 "볼리비아의 평화와 단결을 위해" 여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사회주의 개헌안의 내용 일부를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볼리비아 집권 사회주의운동당(MAS)은 지난해 11월 말 제헌의회를 소집해 야당의원들의 전원 불참 속에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 사유지 보유한도 규제 강화, 에너지 산업 국유화 확대, 원주민 권익 향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야권은 주민투표를 통해 주정부 자치권 확대안을 통과시키면서 모랄레스 대통령의 권력집중 시도에 맞섰으며, 모랄레스 대통령은 오는 12월 7일 또는 내년 1월 25일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국을 막다른 길로 몰아갔다.

한편 15일 오후에는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볼리비아 문제를 다루기 위한 남미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특별정상회의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제의를 순번의장인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이 수용하는 형식으로 열린다.

지난 5월 23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남미정상회의를 통해 공식 출범한 남미국가연합에는 남미대륙 12개국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과 좌파 동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차베스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볼리비아에서 모랄레스 대통령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시도가 이루어질 경우 군병력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제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모랄레스 대통령과 볼리비아 군부는 남미국가연합과 유엔 미주기구(OAS) 등 국제기구는 물론 브라질.아르헨티나.

콜롬비아로 이루어진 '볼리비아의 친구들' 등 외부 세력의 중재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