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의 노사 임금.단체협약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기아차 조합원들은 회사가 2006년,2007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음에도 흑자 회사인 현대차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무더기 반대표를 던졌다. 노사 교섭 및 갈등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올해 3년 만의 흑자 전환 계획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는 11일 회사 측과 합의한 임금.단체협약안을 각각 조합원 투표에 부친 결과 반대율이 56%와 58%에 달해 모두 부결됐다고 밝혔다. 앞서 기아차 노사는 지난 9일 기본급 8만5000원 인상 등에 잠정 합의했다.

◆적자 나도 무조건 더달라

기아차 노조 내 강경파들은 노사 합의안이 도출된 직후부터 "지난해에도 덜 받았는데,현대차가 앞서 부결시킨 안 정도의 합의를 가결시키면 임금차별이 고착화된다"며 적극적인 반대운동에 나섰고 많은 조합원들이 동조하면서 합의안은 휴지조각이 됐다.

노사 합의가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것은 '충격 그 자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일치된 지적이다. 지난 2년간 영업적자를 보이다 겨우 흑자전환을 기대할 만한 상황에서 '현대차 수준으로 임금을 맞춰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합의안을 내팽개친 노조원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어떻게 되든 흑자 회사와 똑같이 임금을 받아야겠다는 것은 함께 망하자는 억지"라며 "위기에 처한 미국 자동차 회사들에서 보듯 이런 상황이라면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먹구름 낀 흑자전환

이번 부결로 기아차의 흑자전환 구상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고유가 영향으로 올 들어 경차 모닝 수요가 급증한 데다 새로 출시한 중형차 로체 이노베이션과 준중형차 포르테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상반기 2189억원 영업흑자를 기록했지만 하반기에는 노사 대치 장기화에 따른 실적 충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노사 협상 과정에서 노조의 부분 파업이 이어졌던 지난 7~8월 영업이익 흐름은 상반기 수준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알려져 위기감을 자아내고 있다.

최대식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흑자전환이 확실해 보였는데 노사문제가 장기간 표류하면 3분기 이후 수익성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추석 연휴 이후 재협상에 나설 방침이지만 수정 제시할 카드가 별로 없어 고심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힘든 상황이지만 여론의 비판을 받을 만큼 양보해서 타협안을 마련했는데 이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전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