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연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이 월가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감안해 금리인상 시점을 저울질해 온 FRB가 오는 16일로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과감하게 통화정책을 수정할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CNN은 10일 FRB가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할 확률 자체는 아직 높지 않지만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연내 금리인상이 아닌 금리인하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제유가 등 상품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실업률 증가와 소비 위축 등 경제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 8월 실업률은 6.1%로 5년 만의 최고 수준을 보였다. 실업 증가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올 들어 미 경기 회복을 이끌어 온 수출증가율도 급격히 둔화될 조짐이다. 미 상무부가 11일 발표한 지난 7월 무역적자는 전월의 588억달러보다 5.7% 늘어난 622억달러로 집계돼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하강 위험이 커지면 FRB 내에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비둘기파(온건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월가에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확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최근 자넷 옐렌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력은 조만간 실질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이제 더 이상 물가상승 압력을 위협으로 보기가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 상무부가 발표한 8월 수입물가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전달보다 3.7% 떨어져 1988년 12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열린 FRB 회의에서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