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다음은 워싱턴뮤추얼? … 주가 하루새 30% 추락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한국산업은행 등과의 지분 매각 협상이 결렬되자 부동산 매각 등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여기에 미국 최대 저축대부(S&L)조합인 워싱턴뮤추얼의 주가가 하루 새 30% 가까이 폭락하면서 시장에선 '리먼 다음은 워싱턴뮤추얼'이란 얘기가 퍼지고 있다. 미 신용위기의 진정 여부는 리먼과 워싱턴뮤추얼의 향방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리먼브러더스는 10일(현지시간) 올 3분기(6∼8월) 손실이 158년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인 39억달러(주당 5.92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상업용 부동산과 노이버거 베르만 등 계열 자산운용사의 지분 매각 등을 담은 자구책을 내놓았다. 연 배당금을 5센트로 대폭 삭감해 4억5000만달러를 비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리먼 주가는 등락을 거듭한 끝에 7%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전날 산업은행과의 지분 매각 협상에 실패했다는 소식으로 하루 새 45%나 폭락한 것을 포함하면 불과 이틀 새 주가가 반토막난 셈이다.

이어 11일에도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이 리먼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면서 리먼 주가는 45%의 폭락세로 출발했다. 이에 따라 리먼도 최악의 경우 베어스턴스처럼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뒤 다른 금융사로 매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월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실로 고전 중인 워싱턴뮤추얼이 '제2의 리먼'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워싱턴뮤추얼 주가는 29.7% 추락한 2.32달러로 마감했다. 1991년 이후 17년 만의 최저치다.

12월부터 발효되는 미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의 새 회계기준 영향으로 워싱턴뮤추얼의 인수자를 찾기 힘들게 됐다는 전망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새 회계기준에 따라 인수 희망 업체는 워싱턴뮤추얼 자산을 매입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인수금액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됐다. 워싱턴뮤추얼의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웰스파고는 이미 인수 포기를 선언한 상태다.

워싱턴뮤추얼은 최근 경영부실 책임을 물어 케리 킬링어 최고경영자(CEO)를 퇴출시키고 후임에 앨런 피시맨 메리디언캐피털그룹 회장을 임명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없애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