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號, 북한과 1대1로 비겨…월드컵 본선행 불안한 출발

한국 축구가 80일 만의 '코리아 더비'에서 북한과 공방 끝에 또 승부를 가리지 못해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첫승에 실패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B조 최종예선 1차전에서 홍영조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줬지만 기성용(서울)의 만회골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승점 1을 얻는 데 그쳐 남아공행 티켓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지 못했다.

북한과 역대 상대전적에서 5승7무1패의 우위를 점했으나 허정무호의 올해 네 차례 무승부를 포함해 2005년 8월4일 전주 동아시아연맹선수권대회부터 북한전 5경기 연속 무승부 행진을 계속했다. 한국은 1993년 10월28일 미국월드컵 예선 3-0 승리 이후 15년 가까이 북한을 이겨보지 못했다.

반면 북한은 지난 7일 아랍에미리트(UAE)전 2-1 승리에 이어 1승1무로 조 선두를 굳게 지켰다. 맞대결이 예정된 같은 B조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나란히 1무,UAE는 1패를 기록 중이다.

지난 6월22일 홈경기로 치러진 월드컵 3차 예선 6차전 남북대결 때 0-0 무승부를 기록했던 한국은 한가위를 앞둔 국민에게 모처럼만의 시원한 승전보를 전하고 싶었지만 끝내 북한전 '무승부 징크스'를 털어내지 못했다.

한국은 북한의 탄탄한 수비를 뚫지 못한 채 공을 돌리는 등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고 이렇다 할 슈팅을 날리지 못하고 전반을 득점 없이 비겼다.

후반 들어 강한 공세를 펴던 북한이 먼저 한국의 골문을 갈랐다. 허 감독은 조재진과 최성국을 빼고 서동현 이천수(이상 수원)를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으나 곧바로 북한에 실점을 허용했다. 북한은 후반 19분 한국 골문에서 볼경합을 하던 홍영조가 옷을 잡아당긴 김남일로부터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홍영조는 오른발로 골문 왼쪽 모서리 골망을 흔들었다.

0-1로 뒤진 한국이 반격을 펼친 끝에 귀중한 동점골을 뽑아냈다. 구세주는 지난 5일 요르단과 평가전에서 A매치에 데뷔했던 대표팀 막내 기성용이었다. 기성용은 후반 24분 김두현이 아크 정면에서 살짝 찍어 차주자 가슴 트래핑으로 공의 스피드를 떨어뜨린 뒤 넘어지면서 감각적인 발리 슈팅을 날렸다. 골키퍼 리명국이 몸을 던졌으나 공은 왼쪽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성용의 A매치 데뷔골에 환호했고 김두현은 요르단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도움을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