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은 식스시그마 TQM 등 다양한 혁신기법들을 비교적 빨리 도입한 편입니다. 하지만 그 성과는 의외로 미미한 편이죠.전략 실행의 큰 틀에서 연계하지 않고 단기적인 성과와 이슈를 해결하는 도구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

BSC(Balanced Scorecard:균형전략실행체계)의 창시자인 로버트 캐플란 하버드대 교수는 경기침체 가속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때일수록 눈앞에 놓인 이슈 때문에 중.장기적인 목표가 흔들리지 않는지를 살펴보고 전략 실행 체계를 점검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3~24일 서울에서 열리는 BSC 세계 대회인 '팔라디움 아시아퍼시픽 서밋'에 기조연설자로 참가하는 캐플란 교수는 방한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 10일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활황기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은 그 이전의 침체기 동안 인건비와 R&D(연구.개발) 투자 비용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으로 견뎌낸 기업이 아니라 목표 전략을 제대로 설정하고 실행에 나선 기업"이라며 "직원들이 전략을 얼마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캐플란 교수는 1980년대 BSC와 ABC(활동기준원가)의 개념을 만든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다. 그는 "다양한 경영 지원 프로그램과 혁신 도구들이 등장하면서 기업 경영 시스템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며 "하지만 기업들이 운영계획이나 실행과제를 전략 목표와 제대로 연계하지 않고 단기적인 개선에 급급한 나머지 제대로 실행이 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 전략을 일상 생활 속에서 실행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전략 OSM(Officer of Strategic Management:전략 관리 담당 부서장) 제도를 꼽았다. OSM은 회사의 전략 회의에 담당자들의 참석 여부를 확인하고 CEO의 관련 미팅 일정을 조율하는 등 전략 실행에 관한 실무를 전담한다.

운영회의와 전략회의를 명확히 구분하고 따로 여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경영 회의에서 이들 안건이 동시에 다뤄지면서 근시안적 이슈 해결에만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캐플란 교수는 "중.장기적인 회사 목표나 전략이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해주는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캐플란 교수 외에 데이비드 노튼 팔라디움 그룹 회장,산야이 프로힛 인포시스 부사장,노리오 후나야마 신세이 은행 이사 등 글로벌 기업의 전략실행 담당자들이 참석해 전략과 실행을 성공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론을 다룰 예정이다. BSC 부문 최고 권위의 'BSC 명예의 전당' 발표 및 시상식도 열린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