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클린디젤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디젤차는 진동과 소음이 심하고 질소산화물,일산화탄소,탄화수소 등 유해 배기가스 배출이 많아 '공해차'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요. "

박영후 보쉬코리아 사장(57)은 보쉬 본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커먼레일 기술이 디젤차의 소음과 연비 개선에 큰 도움을 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커먼레일은 연료를 고압 상태에서 실린더로 분사,연료 효율을 높이고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는 디젤 엔진 시스템이다.

1997년 보쉬가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커먼레일 디젤엔진 차량을 처음 양산한 이후 유럽시장에서 디젤차는 전체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보쉬는 10여년간 연비효율은 높고 소음과 배출가스는 적은 '클린디젤' 기술 개발을 주도해 왔다. 현대ㆍ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가 생산하는 디젤차에도 보쉬의 커먼레일이 장착되고 있다.

박 사장은 일반 소비자들이 보쉬를 와이퍼 등 애프터마켓 부품을 만드는 회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120만대의 신차에는 보쉬의 기술이 최소 하나 이상은 들어가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보쉬코리아는 지난해 한국에서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만 1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디젤사업은 전체 사업의 7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중요한 분야다.

전 세계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 일본 덴소와 함께 1,2위를 다투는 보쉬는 디젤차에 들어가는 커먼레일 시스템을 비롯 차량자세제어시스템인 ESP,차량의 출력을 높이는 터보차저 등 무수한 자동차 핵심 부품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독일 등 서유럽에서는 1990년대부터 이산화탄소를 적게 내뿜는 차량에 대한 세제 혜택이 주어지면서 전체의 10%에 불과하던 디젤차 비중이 50~70%로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다"며 "국내에서도 정책적 배려와 함께 소비자 인식이 개선돼 디젤차 수요가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는 클린디젤이 친환경차 경쟁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박 사장은 1978년 독일 유학길에 올라 독일 명문 크라우스탈 공대를 졸업한 후 첫 직장으로 보쉬를 택했다. 1993년 보쉬가 현대차와 알파엔진 개발을 위한 기술 제휴를 진행할 무렵 귀국한 후 보쉬코리아 기술연구소 소장과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디젤사업부문 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보쉬코리아는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한치도 양보 없는 경쟁을 펼쳐야 할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클린디젤 엔진 개발 및 보급 확대에 주력하겠다"며 "하이브리드카 엔진 및 전기차를 위한 2차전지 기술 개발에도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