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에어백'하면 정면충돌 때 승객을 보호하기 위한 '운전석 에어백'과 '조수석 에어백'이 떠오를 것이다. 요즘에는 측면 충돌에 대비한 '사이드 커튼 에어백'과 운전자의 대퇴부를 보호해 주는 '무릎 에어백'도 많이 장착되고 있다. 여기서 굳이 더 찾아보면 차량 전복 때 승객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한 '천정 에어백(Rolling-over Airbag)' 정도를 장착한 차량도 있다. .

이런 에어백의 공통점은 모두 자동차 내부에 장착되어 있고 승객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과 전혀 임무와 장착 위치가 다른 에어백도 있다. 바로 '보행자 보호 에어백'이다. 이 에어백은 운전자가 아닌 보행자를 위한 것으로 차량의 외부에 장착되어 있다.

최근 한 연구기관의 조사 결과는 자동차와 보행자 간의 충돌사고가 자동차 간 충돌사고보다 사망자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충돌사고 시 운전자의 안전을 더 중시해 온 게 사실이다.

보행자 보호 에어백은 자동차 충돌사고 시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의 일환이다. 일반적으로 보행자가 차량에 충돌할 때는 보행자 머리가 자동차 후드(엔진덮개)에 부딪치게 된다. 이 때문에 후드가 찌그러지면서 보행자가 받을 충격을 흡수한다면 보행자에게 가해지는 충격은 어느 정도 약화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후드 아래에 엔진블록과 같은 단단한 부품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행자 보호 장치엔 두 가지가 고려된다. 첫 번째는 먼저 보행자와의 충돌 때 후드와 엔진 사이의 공간을 확보해 보행자의 상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차량이 충돌할 때 후드 뒤쪽이 자동으로 들리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엔진과 후드 사이에 공간이 확보될 수 있다. 통계적으로 100~120㎜ 정도 공간을 확보할 경우 보행자의 상해 정도가 절반가량 떨어진다고 한다.

보행자 보호장치의 두 번째가 바로 보행자 보호 에어백이다. 체구가 큰 보행자가 빠른 속도로 차량에 부딪치게 되면 보행자는 후드를 지나 차량의 앞 유리창까지 날아간다. 이때 유리창이 깨지면서 보행자가 받는 충격을 흡수한다.

하지만 후드와 앞 유리창 사이에 깊게 패인 홈과 유리창 옆의 뼈대 부분은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보행자에게 큰 상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이다. 보행자 보호 에어백은 바로 이곳에 'ㄷ'자 형태로 설치돼 유리창 쪽으로 부딪치는 보행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현재 이 장치를 적용하고 있는 차종은 혼다 레전드와 푸조 씨트로앵 C6,재규어 뉴 XK 등 극소수이며 국내에서는 현대모비스가 개발을 진행 중이다. 2009년 혹은 2010년쯤 양산이 되면 '보행자 보호 에어백'의 적용이 보다 대중화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