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마일리지 혜택 없어진다는 설명 부족
집전화는 본인확인만 이틀 … 닷새이상 걸려

기존 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통신사업자를 바꿀 수 있는 번호이동제도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유선전화는 번호이동을 처리하는 데 평균 5일 이상 걸리고,이동전화는 절차가 너무 간단해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때문에 다음 달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도 시행을 앞두고 유.무선 전화 번호이동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너무 빨라 탈많은 이동전화


9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동전화 번호이동제 도입 첫 해인 2004년 667건에 불과했던 소비자 피해 상담 접수 건수가 2007년에는 2600건으로 4배가량 급증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원에 접수된 사례 이외에 고객센터를 통한 민원제기 건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이 발달해 소비자가 대리점에 가서 휴대폰 번호이동을 신청하면 즉시 처리되지만 대리점에서 기존에 가입했던 이동통신사에서 쌓은 각종 마일리지와 망내 할인,장기가입자 할인,결합상품 할인 등 혜택이 없어진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대리점에서 가입자 유치에 급급해 단말기를 공짜로 받을 수 있다고 소개해놓고 나중에 단말 할부금을 청구하는가 하면 의무약정기간에 대한 안내 없이 위약금을 부과하는 소비자 피해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이동통신 3사는 방통위와 함께 번호이동제 개선에 대한 협의에 착수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번호이동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설명할 수 있는 중간 절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허술한 유선전화 번호이동




이동전화와 달리 유선전화는 번호이동 처리가 너무 늦어서 소비자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 100명이 번호이동을 신청하면 실제로 번호이동하는 가입자가 절반(성공률 약 40%)도 안 된다. 복잡한 신청 절차와 느린 처리 시간 때문에 소비자들이 중도에 번호이동을 포기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유선전화 번호이동은 본인 확인 절차에만 1~2일이 걸린다. 서비스 해지 등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하는 부분이 많다보니 5일 이상 기다리기 일쑤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가입자를 빼앗기는 쪽 사업자가 갖가지 핑계로 번호이동을 막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달 도입될 예정인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는 기존 유선전화 번호이동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에 복잡한 절차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제도의 실효성을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T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3개 사업자밖에 없는 유선전화와 달리 인터넷전화는 사업자가 10개 이상이라 번호이동 처리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성공률도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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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이동제=기존 전화번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더 좋은 혜택을 제공하는 통신사업자로 바꿀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가입자가 자유롭게 통신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통신사업자 간 요금이나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유선전화는 2003년 6월부터,이동전화는 2004년 1월부터 번호이동제를 시작했다. 방통위는 오는 10월부터 기존 유선전화에 비해 요금이 30%가량 저렴한 인터넷전화에도 번호이동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