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에 따른 금융위기와 주택시장 침체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미국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미국 정부가 '빅 브라더'(Big Brother)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빅 브라더'는 영국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비롯된 용어로 무소불위의 통제권을 가진 막강한 권력을 뜻한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가장 뚜렷한 곳은 바로 금융시장이다. 미 정부는 전날 무너져 가는 금융시스템을 되살리기 위해 최대 2000억달러를 투입,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양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회사를 사실상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구제금융 규모는 과거 저축대부(S&L)조합 부실이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파산 사태 당시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다.

지난 3월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파산위기에 처한 베어스턴스를 300억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약속하며 JP모건체이스에 떠넘겼다. 금융시스템 붕괴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조치였다. 또 투자은행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수시로 자본과 유동성 상황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앙지라고 할 수 있는 파생상품 및 머니마켓 시장의 규율을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이와 함께 원유와 곡물가격이 급등하자 상품 선물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도 추진 중이다. 최근 들어선 신용카드 산업 부실이 커지자 규제를 어떻게 강화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 밖에 판매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빅3'가 요구한 500억달러 긴급자금 지원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미 정부가 1979∼1980년 자금난을 겪던 크라이슬러에 대출 보증을 제공한 적은 있지만,민간 기업에 직접 저리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 같은 미 정부의 시장개입 확산에 대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시장의 기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비판도 만만치 않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