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와 김재윤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8일 사실상 물건너갔다. 5일 본회의에 보고된 체포동의안은 '본회의 보고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이날까지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했지만 본회의조차 열리지 못했다.

이로써 1995년 이후 13년간 국회로 넘어와 가결되지 못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의 건수는 30건으로 늘어났다. 통과한 동의안은 단 한 건도 없다. 국회의 제식구 감싸기 탓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늘 여야의 '암묵적 공조' 속에 부결돼 왔다. 16대 국회에서는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의원을 체포할 수 없다는 조항을 악용해 거의 매달 국회가 열렸다. 이른바 '방탄국회'다. 그러다보니 본회의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채 끝난 임시국회가 5차례나 됐다.

그래서 생긴 게 '체포동의안을 72시간 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를 주도한 건 바로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었다. 사실상 자신들의 작품임에도 민주당은 법무부의 체포동의 요구를 일찌감치 '야당탄압'이라고 규정하고 강력 반발했다. 여야가 바뀌었다고 불과 4년 만에 민주당 의원들에게 불체포특권이 '반개혁적'인 것에서 '야당을 지키는 수단'으로 변모한 것이다.

김형오 국회의장 역시 지난 4일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기 직전 "불체포 수사가 원칙"이라며 두 의원을 감싸고 나섰다. 여당인 한나라당도 "법대로 해야 한다"면서도 동의안 처리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72시간이 지났지만 법안이 폐기된 것은 아니므로 앞으로 언제든 처리할 수 있다"(홍준표 원내대표)지만 법적 시한 내에도 처리하지 못한 법안을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통과시킬 수 있을까. 말그대로 쑥스러운 '립 서비스'일 뿐이다.

체포동의안 처리 역사는 제도권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는 가운데 의원들만 행복했던 '대국민 잔혹사'라해도 과언은 아니다. 의원들이 법위반을 밥먹 듯이 하니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대로 가다간 국회가 비리 혐의자를 위한 피난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충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노경목 정치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