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잦은 말 바꾸기와 공화당 공세 등의 영향으로 급락하고 있다. 그는 미 연근해 석유ㆍ천연가스 추가 시추에 반대하다가 여론에 밀려 지난달 찬성으로 입장을 슬며시 선회하더니 이번에는 부유층 세금 인상에 대한 입장도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이처럼 오바마가 주춤하는 사이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는 지지율이 54%로 치솟아 오바마를 무려 10%포인트 차이로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부통령 후보인 새라 페일린의 인기와 함께 '변화'를 주창하며 오바마에 맞불을 놓은 전당대회 대선후보 수락 연설이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는 7일 미 ABC방송에 출연,"경제가 침체 상황에 빠지더라도 중산층에 대한 세금 인하 계획은 관철시킬 것"이라며 "부유층 세금 인하 조치를 폐지하는 것은 앞으로 경제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후에도 경기침체가 이어질 경우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연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그동안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유층 세금 인하 조치에 반대해왔으며 자신이 집권하면 이 제도를 폐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오바마는 석유와 천연가스 해외 의존을 줄이기 위해 부시 대통령과 매케인이 미 연근해 석유ㆍ천연가스 추가 시추를 금지하는 법안을 철폐하자는 주장에 반대해왔지만,지난달 1일 성명에서는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추가 시추를 찬성하는 여론이 많아지자 어쩔 수 없이 후퇴한 것이다.

오바마가 주요 경제공약을 두고 갈지자(之) 걸음하는 틈을 타 매케인은 오바마를 단숨에 추월했다. USA투데이와 갤럽이 공화당 전당대회가 끝난 하루 뒤인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매케인이 54%,오바마가 4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등록유권자 959명을 포함,1022명을 대상으로 했으며,오차범위는 ±3%였다. 갤럽이 4일부터 6일까지 단독으로 한 조사에서도 매케인은 48%를 얻어 오바마를 3%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래리 사바토 버지니아대 정치학 교수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매우 성공적이었고,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게 큰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USA투데이는 경제공약 후보 선호도에서 오바마와 매케인 간 격차가 종전의 19%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급격히 좁혀지고,매케인에게 투표하겠다는 공화당원들이 전당대회 이전 47%에서 전당대회 이후 60%로 크게 높아진 점도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