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마이너리티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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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정주 < 강남구청장ㆍimjamaeng@naver.com >
얼마 전 상가(喪家)에 갔다가 학교 선배님을 만났다. 퇴직한 지 꽤 되셨는데 여전히 정정해 보이셨다. 근황을 여쭈니 '하바드대' 재학 중이란다. "아니 그 연세에 무슨 하버드 대학을?" 의아해하는 내 얼굴을 보고 한바탕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정년 퇴직한 한국 남자가 거치는 대학이 5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가 '하바드' 대학으로 하루종일 바쁘게 집을 드나드는 것이란다. 두 번째는 '하와이' 대학으로 하루종일 와이프 따라 이리저리 다니는 것이고,세 번째 코스는 '동경' 대학으로 동네 경로당 통학하는 것이란다. 네 번째는 '전국' 대학으로 경로 우대증을 갖고 전국을 누비는 것이라나. 그리고 마지막 대학이 '방콕' 대학으로 집에서 두문불출하는 단계란다.
오죽하면 아내가 곰탕을 끓이면 떼놓고 집 나갈까봐 무섭다는 조크까지 나왔을까. 한국 사회에서 중년 이후 남성이야말로 마이너리티란 생각이 든다.
먼저 남성들도 반성해야 한다. '가정 퇴출'을 예방하기 위해 젊어서부터 가정과 일의 균형을 잡아 가족행복 계좌를 불입해 놓아야 할 것이다. 다음은 사회적 차원의 배려다. 오륙도란 말도 있지만 중년 이후 '혈기왕성한' 퇴직 남성들이 주눅 들지 않고 살 수 있는 재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
얼마 전 한 구민이 사연과 함께 아이디어를 보내 왔다. "화장실 변기가 제대로 안 내려가는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도 빨리 안 오고,시공업소는 차일피일 미루고…. 식구들이 저를 바라보는 눈치가 빤한데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몰라 손놓고 있자니 가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웃집에 도움을 청하라고 할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구청에서 하수도 뚫기,형광등 갈기,못 박기 등 집안 수리 기술을 가르쳐 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십시오.어디를 가도 온통 여성용 프로그램 일색이라 아쉽습니다. "
하긴 백화점이나 구청의 문화센터 프로그램은 대부분 여성 중심이다. 마이너리티인 중년 퇴직 남성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커뮤니티 공간은 거의 없다. 앞으로 각 기업 및 자치단체들은 이들 마이너리티-퇴직 남성 대상의 재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정보화 사회의 행정도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주민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선 '최대 다수를 위한 행복' 못지않게 '마이너리티를 위한 다품종 프로그램 개발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상가(喪家)에 갔다가 학교 선배님을 만났다. 퇴직한 지 꽤 되셨는데 여전히 정정해 보이셨다. 근황을 여쭈니 '하바드대' 재학 중이란다. "아니 그 연세에 무슨 하버드 대학을?" 의아해하는 내 얼굴을 보고 한바탕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정년 퇴직한 한국 남자가 거치는 대학이 5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가 '하바드' 대학으로 하루종일 바쁘게 집을 드나드는 것이란다. 두 번째는 '하와이' 대학으로 하루종일 와이프 따라 이리저리 다니는 것이고,세 번째 코스는 '동경' 대학으로 동네 경로당 통학하는 것이란다. 네 번째는 '전국' 대학으로 경로 우대증을 갖고 전국을 누비는 것이라나. 그리고 마지막 대학이 '방콕' 대학으로 집에서 두문불출하는 단계란다.
오죽하면 아내가 곰탕을 끓이면 떼놓고 집 나갈까봐 무섭다는 조크까지 나왔을까. 한국 사회에서 중년 이후 남성이야말로 마이너리티란 생각이 든다.
먼저 남성들도 반성해야 한다. '가정 퇴출'을 예방하기 위해 젊어서부터 가정과 일의 균형을 잡아 가족행복 계좌를 불입해 놓아야 할 것이다. 다음은 사회적 차원의 배려다. 오륙도란 말도 있지만 중년 이후 '혈기왕성한' 퇴직 남성들이 주눅 들지 않고 살 수 있는 재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
얼마 전 한 구민이 사연과 함께 아이디어를 보내 왔다. "화장실 변기가 제대로 안 내려가는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도 빨리 안 오고,시공업소는 차일피일 미루고…. 식구들이 저를 바라보는 눈치가 빤한데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몰라 손놓고 있자니 가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웃집에 도움을 청하라고 할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구청에서 하수도 뚫기,형광등 갈기,못 박기 등 집안 수리 기술을 가르쳐 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십시오.어디를 가도 온통 여성용 프로그램 일색이라 아쉽습니다. "
하긴 백화점이나 구청의 문화센터 프로그램은 대부분 여성 중심이다. 마이너리티인 중년 퇴직 남성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커뮤니티 공간은 거의 없다. 앞으로 각 기업 및 자치단체들은 이들 마이너리티-퇴직 남성 대상의 재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정보화 사회의 행정도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주민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선 '최대 다수를 위한 행복' 못지않게 '마이너리티를 위한 다품종 프로그램 개발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