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항 <건양대 보건복지대학원장 >

높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사회 갈등과 분열을 야기한다. 고위공직자들의 친기독교 발언과 행보가 불교계의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실수라고 하지만 정부가 관리하는 정보시스템에 불교사찰에 관한 정보가 누락됐다거나,촛불시위 수배자를 검거하기 위해 조계종 총무원장의 차량을 검색했다고 하지만 변명으로만 들릴 만도 하다.

욱리자(郁李子)는 '밭 가는 소가 싸움소로 변한다'는 우화에서 최고 지도자의 사소한 듯한 관심이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고 말하고 있다. 옛날 중국 위(衛)나라의 의공은 투우를 좋아해 싸움소를 훈련시키는 사람들을 우대하고 그들에게 높은 녹봉을 주었다. 그래서 소를 키우는 사람들은 싸움을 하도록 훈련시킬 뿐 밭 가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온 나라에 밭 가는 소가 사라지자 위나라의 농지는 서서히 황폐해져 갔다. 세월이 흐르자 소는 밭가는 동물이 아니라 오직 싸움을 하는 동물로만 여겨졌다. 관청에서는 투우를 금지하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어 버렸다고 한다.

불교계의 불만은 정부가 특정 종교에 대해 편향적이라는 것이다. 다행히도 개신교와 불교 간의 종교갈등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물론 종교계도 이번 사태가 종교 간의 갈등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해방 이후 뼈 아픈 이념갈등의 비극을 겪었다. 또한 1970년대 초 총선 시 촉발된 지역갈등은 30여 년간 우리를 괴롭혔다.

속담에 '오이밭에서 신발끈을 매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정부 스스로 국민의 의심을 살 만한 일을 삼가야 한다. 그리고 불교계의 주장을 귀 담아 들어야 한다. 개신교도 불교도 나와 다른 종교라고 하여 폄하하거나 자극해서는 안 된다.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헌법은 선언하고 있다. 정치가 종교에 간섭해서도 안 되지만 종교가 정치에 간섭하는 것도 안 된다. 따라서 종교 지도자들은 정치에 편승해 교세를 확장하려 해서는 안 된다. 정치지도자들도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종교행사에 국회의원,자치단체장 등이 공식적으로 참석하는 관행도 자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교계도 이제는 정부와 개신교 측의 행보를 차분하게 지켜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