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 지시'가 있었던 2일 오전.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에서는 한때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대통령이 '재개발 재건축'이란 단어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놓고 청와대가 '사용했다→안했다→일부 사용했다'로 발표내용을 번복하는 바람에 출입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는 데 혼선을 빚은 것.

경위는 이렇다. 청와대가 이동관 대변인 명의로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내용을 '서면' 브리핑한 시간은 오전 10시.청와대는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재개발 재건축이 중요한데 신도시만 발표한다는 일부 비판도 있다. 건축경기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재개발 재건축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국무회의에서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를 언급한 만큼 향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내용이었다. 곧바로 상당수 언론이 이를 인터넷 등을 통해 보도했고 건설 관련 주식들이 뜨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5분 후 곽경수 춘추관장이 다급히 기자실로 뛰어왔다. 그는 "이 대통령이 '재개발 재건축'이라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모두 '건설경기의 활성화'로 고쳐달라"고 발표 내용을 번복했다.

당연히 기자실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이미 발언이 보도된 후인 데다 청와대 요청대로 단어를 바꿀 경우 '일자리 창출에는 건설경기가 중요한 데 신도시만 발표해서 비판을 받고 있으니,건설경기를 활성화해서 일자리를 늘려라'는게 돼서 동어반복으로 하나마나한 얘기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정확한 워딩을 요구했고 곽 관장은 5분 후 "앞부분의 '재개발 재건축'만 '건설경기 활성화'로 고치면 되겠다"고 다시 정정했다. 어떻게 대통령의 워딩을 두 차례나 뒤집을 수 있었을까.

한 관계자는 "서면 브리핑 후 경제 수석실에서 재건축 관련 발언의 부작용을 우려해 단어를 바꿔야 한다는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유야 어쨌든 '경제상황이 가뜩이나 어려운데 청와대마저 우왕좌왕해서 되겠나…'싶어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박수진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