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들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로화에 대한 파운드화 가치는 1일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다. 미 달러화에 대해서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1.8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주말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이 "영국이 60년 만에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발표된 주택과 제조업 지표 역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켰다.

◆파운드,1.80달러 밑으로 추락

이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한 파운드화 가치는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파운드당 1.2325유로까지 내려갔다. 장중엔 1.2290유로까지 떨어졌다. 이는 1999년 유로화가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대해서도 지난 주말 파운드당 1.8211달러에서 1.7995달러로 1.2%나 급락했다. 파운드화 가치가 1.8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06년 4월 이후 처음이다. 파운드화 가치는 2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1.7896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파운드화 약세는 주택경기 침체와 성장정체로 흔들리는 영국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로 정체 상태를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달링 재무장관이 "60년 만의 최악의 경제위기"라고 발언,파운드화 약세를 부채질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기하강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신용경색이 얼마나 더 심각해질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제지표 우울,금리인하 촉각

주택과 제조업 지표들도 경기 우려를 심화시켰다. 이날 영국중앙은행(BOE)은 지난 7월의 신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승인건수가 3만3000건으로,1년 전의 11만4000건에 비해 71%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런던의 리서치회사인 홈트랙도 지난달 평균 주택가격이 전년 동기대비 5.3%나 하락했다며 주택경기 침체를 확인시켜줬다.

민간 경제분석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의 하워드 아처 유럽·영국 경제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승인건수는 향후 몇 달간 영국의 집값이 더 떨어질 것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8월 제조업 구매담당자 지수 역시 4개월 연속 50을 밑돌아 제조업도 심리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경기가 예상보다 악화되자 BOE가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 국채금리도 약세다. 2년만기 국채금리는 1일 4.42%로 0.09%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5월13일 이후 최저다.

BOE는 4일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한편 영국 정부는 침체에 빠진 주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득 6만파운드 미만 가구가 최초로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가격의 30%까지 무상 대출해 주기로 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