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외주화를 둘러싸고 400여일간 극한 대립을 해온 뉴코아 노사 분규가 29일 전격 타결됐다.

최종양 뉴코아 사장과 박양수 노조위원장은 이날 평촌 뉴코아 아울렛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외주화에 대해 사측의 권리를 인정하고,사측은 외주화로 인해 계약기간이 만료된 직원(36명)을 전원 재고용하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뉴코아 사태의 쟁점이 노조가 비정규직 근로자의 외주화를 거부했던 것인 만큼 노조가 사측의 권리를 인정한 것은 사실상 쟁점 사항에 대해 손을 든 것으로 풀이된다. 또 노사 양측은 노조 전임자 수도 기존 7명에서 5명으로 줄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노사는 자녀학습 보조비 지급,임신 여직원 수당 지급 및 고정 연장 근로 제외 등 모성 보호를 위한 조항과 복리후생 증진 등의 조항에도 합의했다. 노조는 대신 2010년까지 파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타결은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집중 교섭에서 노조가 그동안 강경하게 주장해온 '계산직 외주화 금지'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급진전됐다. 사측 관계자는 "노조 측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변한 것"이라며 "이에 맞춰 또 다른 핵심 쟁점인 해고자 복직과 손해 배상 관련 문제는 대승적으로 풀어 나가기로 하는 차원에서 합의가 순조롭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주업체로의 이직을 거부하고 계속 농성을 벌여온 36명은 계약직으로 고용하되 근무성적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이들은 계약기간이 만료된 상태기 때문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회사 차원에서 별도로 보전해주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계열사인 이랜드일반(홈에버) 노조 측은 "뉴코아 노조 핵심 간부 18명이 권고사직 형태로 모두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 데다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 해제도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합의 내용은 사실상 뉴코아 노조 측의 백기투항"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3월 노동부의 중재에도 실마리가 풀리지 않던 노사 분쟁은 7월 시작된 집중 교섭을 통해 극적으로 해결됐다. 노조를 진지한 협상의 테이블로 이끈 것은 지난 5월 이랜드의 '홈에버 매각' 발표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해 6월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 점거 때부터 한 배를 탔던 뉴코아와 이랜드일반(홈에버) 노조가 각자의 길로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가뜩이나 사태 장기화와 여론의 무관심 등으로 투쟁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뉴코아 노조가 합의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뉴코아 노사분규는 지난해 7월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과 관련,이랜드가 계열 유통회사인 뉴코아의 비정규직 캐시어(현금 계산원)들을 외주화하고 기간 만료된 일부 근로자와의 재계약을 해지하면서 전면전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이랜드가 한국까르푸를 인수해 설립한 홈에버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선별적으로 직무급(무기근로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랜드일반(홈에버) 노조와 뉴코아 노조가 연대파업에 돌입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결국 사태의 발단이 된 계산직의 외주화에 대한 사측의 권리를 뉴코아 노조가 인정하고 사측은 계약이 만료된 비정규직을 재고용하는 수준에서 분규는 마무리됐다. 400여일을 거치며 노사 모두 만신창이가 되고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 것에 비하면 허무한 결말이라는 지적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너무나 당연한 수준의 합의문을 만드는 데 400일이나 걸렸다는 게 노동 문제의 현주소"라며 "노사 간 문제에 외부 세력이 복잡하게 개입하면서 사태가 꼬인 결과"라고 말했다.

송태형/김동욱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