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신용경색 여파로 맥을 못 추던 뉴욕 증시가 올 2분기 미국의 '깜짝 성장'에 힘입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아직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라고 보기엔 이르지만 미 경제가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게 아니냐는 낙관론이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다.

2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85% 급등한 11,715.18로 마감하며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미 상무부가 2분기 경제성장률이 3.3%를 기록했다고 발표하자 투자자들이 자신감을 찾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당초 상무부의 추정치인 1.9%를 크게 웃돈 데다 시장 예상치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전날 7월 내구재 수주가 1.3% 증가한 것으로 나온 데 이어 깜짝 성장률이 발표되자 경기 관련주와 그동안 낙폭이 컸던 금융주에 매수세가 몰렸다. 보험사인 AIG가 7.6% 뛰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그룹이 각각 6.0%,5.3% 상승했다. 양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도 정부의 구제금융 없이 독자 생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전날에 이어 급등세를 보였다.

국제 유가 하락과 고용지표 호전도 호재로 작용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56달러(2.2%) 떨어진 115.59달러로 마감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3주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고용시장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하반기 경제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경기 부양을 위한 900억달러 규모의 세금 환급 조치의 약효가 이미 떨어진 데다 미 달러화가 요즘처럼 강세를 지속한다면 앞으로 수출이 둔화될 수 있어서다. 마이클 다다 MKM파트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는 신용위기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탄력있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앞으로 계속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