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가 29일(한국시간) 투어 선수들의 '영어사용 의무화' 계획을 예정대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 스캔런 미LPGA 대변인은 이날 "이번 조치는 협회가 소속 선수들의 전문가적 자질 계발과 언어훈련을 위해 수년 전부터 해온 일을 확대한 것"이라며 "효과적인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미LPGA 사업과 선수들의 성공을 위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투어에 참가한 이듬해 말까지 협회가 요구하는 영어수준을 충족하지 못한 선수들은 그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투어 참가자격이 정지된다"며 당초 계획에 변함이 없음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기존 투어 선수들은 2009년 말까지,내년 투어에 데뷔하는 선수는 2010년 말까지 협회가 요구하는 영어수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미LPGA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미국 언론과 미국PGA투어 선수들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미LPGA의 영어사용 의무화는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선수를 차별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차별적인 규정을 선수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모욕이자 자멸행위'라고 지적했다.

미PGA투어 선수들도 미LPGA의 이런 방침에 대해 비판적이다. 최경주(38ㆍ나이키골프ㆍ신한은행)는 "영어를 잘하면 선수생활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도 "하지만 영어를 못하면 대회 출전을 금지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메이저대회에서 2승을 올린 아일랜드의 파드리그 해링턴조차도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그들에게 영어사용을 요구하고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출전을 정지시킬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