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들이 많이 뛰는 미국 LPGA(여자프로골프협회)투어가 선수들의 영어 사용을 의무화한 데 대해 찬반논쟁이 뜨겁다.

'말을 못하거나 듣지 못하는 선수는 앞으로 출전 금지인가' '다음에는 키나 머리색 등을 규정할 것인가','미국 대회에 왔으면 영어를 써라'는 등 네티즌들의 공방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영어 사용 의무화는 투어 내 비중이 3분의 1이 넘는 한국선수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투어에서 정상에 오른 한국선수가 우승 인터뷰 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장면이 방영되는가 하면,프로암대회에서 동반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홀로 연습'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그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선수들은 해마다 증가하고 우승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 미LPGA투어 측은 심각한 고민에 빠진 듯하다. 무엇보다 날로 커져가는 대회 스폰서들의 불만을 어떻게 누그러뜨리느냐가 문제였다. 오죽하면 프로암대회 때 한국 선수들은 빼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을까. 이른바 '박세리 키즈(kids)'가 대거 투어에 진입하면서 투어카드(대회출전 시드)를 잃은 고참 선수들의 반발도 이 조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한국 선수들은 영어 사용 의무화에 대체로 공감한다. 박세리,이선화,장 정,안젤라 박 등 많은 선수들이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는 찬성의사를 밝혔다. 일본LPGA투어도 올해부터 투어진입의 관문인 퀄리파잉토너먼트 때 일본어로 '골프규칙 테스트'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프로골프의 '황금 시장'이랄 수 있는 미ㆍ일 투어에서 해당국의 언어를 모르고는 선수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그렇더라도 신인들에게만 적용하려던 '구술 테스트'가 전 선수에게로 확대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투어 자격을 이미 부여한 상태에서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자격을 박탈할 경우 법정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서 돈을 벌려면 당연히 그 나라 말과 문화를 익혀야 한다. 하지만 투명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마련된 기준으로 선수자격을 판단한다는 발상은 아시아계 선수들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한은구 문화부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