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노 갈등이 결국 노사협상을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

노조가 일부 강성 조직의 요구에 무릎을 꿇고 노사 간 이미 의견 접근을 이룬 주간 연속 2교대제안(8+9시간)을 전면 폐기하고 당초 요구안인 '8+8시간안'을 받아들이라고 회사 측을 압박하며 명분 없는 파업을 강행키로 했기 때문이다. 8+8시간 안은 주간조 8시간(오전 6시40분부터 오후 3시20분까지),야간조 8시간(오후 3시20분부터 밤 12시까지)의 근무방식이며 8+9시간 근무안은 야간에 1시간 더 일하는 방식이다. 노조는 27일 지부 쟁의대책위를 열고 28일 주야간 4시간,29일 주야간 3시간의 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이에 앞서 이날 오전 회사 측과 가진 제6차 본교섭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와 관련해 '기존 요구안(오전반 8시간,오후반 8시간 근무)을 갖고 다시 협상하자'고 요구,8일 만에 재개된 이날 협상은 성과 없이 곧바로 결렬됐다.

윤여철 사장은 "회사가 지난 40여년간 시행해 온 심야시간 근무제를 사실상 포기하고 '8+9시간' 근무안을 받아들인 것만 해도 엄청나게 양보한 것"이라면서 "노조가 노사 간 이미 합의한 것을 번복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것은 회사는 물론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7월 금속노조 방침에 따라 4차례 연속 파업을 벌인 데 이어 이번에는 임금 협상과 관련해 지부 차원의 파업을 강행키로 해 산별 체제 하의 중복 교섭과 중복 파업의 폐해를 여실히 드러냈다. 노조는 1987년부터 21년간 크고 작은 파업을 벌여 회사 측에 무려 11조2205억원(회사 측 추산)의 파업 손실을 초래했다. 정치 파업까지 합하면 총파업일 수만 354일로 파업으로 무려 1년을 허송세월한 셈이다.

현장 조합원들은 노조의 파업 방침에 대해 "근본적으로 노조 집행부의 협상력 부재가 생산 현장을 극도의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집행부를 맹비난했다. 조합원들은 "현장 강성 조직들과의 노노 분열 때문에 협상 타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책임을 회사 측에 전가하며 파업을 벌인다는 것은 21년 파업지상주의의 전형"이라며 "전체 조합원들의 정서를 올바로 직시한다면 지금이라도 협상 타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현대차 협력업체들의 비난여론도 들끓고 있다. 울산 경주 대구에 밀집한 현대차 협력업체들은 "노조의 잇단 정치파업으로 이미 엄청난 경영 손실을 입었는데 이것도 모자라 추석을 앞두고 또 다시 파업을 벌이면 어느 중소기업이 온전히 살아남겠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경주의 한 자동차 협력업체 사장은 "노사가 합의한 '8+9시간 근무안'만으로도 중소기업은 1년 내내 인력 보충과 첨단 생산 설비 확충,공장부지 확보 등을 위해 실로 많은 비용과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이런 중소기업의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노조는 그들만의 배부른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격분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