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폐막한 베이징올림픽은 '성공적'이란 평가를 듣고 있다. 대기오염이나 테러 등 우려했던 문제들은 올림픽기간 중 크게 부각된 적이 없다. 엄청난 현대적 시설과 함께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도 돋보였다. 여기에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 개ㆍ폐막식 광경은 중국의 힘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티베트의 인권문제를 들어 개막식 보이콧을 주장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중국은 올림픽 준비라는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늘도 많았다. 화려한 외관과 멋진 성화가 타오른 냐오차오(올림픽 주경기장)는 높은 철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라오바이싱(老百姓ㆍ서민)들은 냐오차오에 접근도 하지 못한 채 철망 밖에서 경기장을 기웃거려야 했다.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베이징에 전기를 집중적으로 공급하느라 산둥성에선 공장들이 일주일에 사나흘씩 라인을 세워야 했다. 새로 단장한 화단에 줄 물을 베이징 외곽에서 끌어오는 바람에 올해 농사를 망친 농민들도 있다. 올림픽기간 동안 베이징 외곽으로 쫓겨난 사람도 부지기수다.

그렇다고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세계적인 축제를 치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희생해야 할 필요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중국이 성공적인 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스스로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됐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올림픽 개막식 때 84개국 정상들이 긴 줄을 만들었던 장면은 잊혀지지 않는다. 중국 국가주석과 손을 잡기 위해 정상들이 20∼30분씩 줄을 서던 장면은 어쩌면 중국인들이 진짜 보고 싶어하던 것인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큰 착각이다. 이번 올림픽은 전 세계의 수십억명에게 감동을 줬지만,중국 내부적으로는 '철망 올림픽'이었다. 중국은 풀어야 할 숙제를 화려함 뒤에 감췄다. 이젠 중국의 차례다. 감춰진 것들을 끌어내서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빈부격차나 소수민족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느냐가 확인돼야 진정한 강국의 대열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