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를 공식 지명하기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가 25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덴버의 실내체육관 펩시센터에서 5만여명의 당원과 취재진이 운집한 가운데 화려한 막을 올렸다. 28일까지 나흘간 진행되는 축제의 첫날 행사장을 가득 메운 키워드는 '희망과 변화,단합'이었다.

오후 3시부터 11시까지 이어진 이날 행사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지 연설을 통해 "오바마 후보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면서 한껏 분위기가 고조됐다. 제시 잭슨 목사의 아들인 제시 잭슨 주니어 하원의원은 "8년간 서로 갈라진 미국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오바마"라며 바통을 이어받았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과 동생인 캐롤라인 케네디와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도 등장해 "오바마가 미국 번영의 꿈을 이어줄 새 희망"이라며 "오바마를 뽑아 미국을 변화시키자"고 대회장을 달궜다. 케네디 상원의원은 암투병 중이지만 참석해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절정은 오바마의 부인인 미셸의 지지 호소 연설이었다. 오후 10시35분께 연단에 오른 그는 흑인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불식시키려는 듯 "한 가정의 아내로서,엄마로서,여동생으로서,딸로서 이 자리에 나왔다"며 "남편인 오바마가 특별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첫 일성을 토해냈다.

미셸은 약 20분간의 연설을 통해 로스쿨을 졸업한 뒤 지역사회로 돌아와 희망을 심어준 자신과 오바마의 옛 얘기를 거론하면서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신념이야말로 나와 오바마 그리고 미국민들을 연결하는 끈이며,내가 미국을 사랑하는 이유"라고 강조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경선에 패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향해서는 "여성들이 더 높은 꿈을 꾸게 했다"고 치켜세워 당의 단합을 호소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눈여겨 봐야 할 8가지 관전 포인트를 제시했다. 오바마가 자신의 비전에 초점을 맞출지,아니면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문제점을 공격할 것인지 외에 △경선 경쟁자였던 힐러리와의 갈등을 완전히 극복했는지 △오바마의 후보 수락 연설이 또 다른 연예인 이미지로 공격당하지 않을지 △오바마의 지지율이 전당대회 이후 크게 뛸 것인지 △부통령 후보로 조지프 바이든을 선택한 게 잘한 일인지 △후보 수락 연설이 어느 유권자층을 겨냥할지 △매케인 후보가 민주당 전당대회에 어떻게 맞불을 놓을지 △산악지역인 덴버를 전당대회 장소로 선정한 것이 효과가 있을지 등이 그것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