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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4강을 향한 무한도전…지식 경쟁력이 열쇠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1801년 신유사옥으로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며 무려 500여권의 저술을 남겼다. 유배생활 중 공부에 몰두하느라 방바닥에서 발을 떼지 못해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다는 집념의 학자다.

경학 예학 사학은 물론 법학 지리학 토목공학 의학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시인이자 탁월한 문예비평가로서, 다산이 남긴 저술의 양과 질은 하나 같이 불가사의한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레 가득 실어도 넘칠 지경이던 많은 서류를 단 한 장의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정조 임금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 일화는 유명하다.

한 사람이 베껴 쓰는 데만도 10년은 족히 걸릴 작업을, 그는 처절한 좌절과 척박한 작업환경 속에서 마음먹고 해냈다. 그래서 그에게는 '우리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지식편집가, 전 방위적 지식경영가'라는 위대한 예찬이 따라 붙는다.

다산은 '불포견발'(不抛堅拔), 곧 권위를 극복하고 주체를 확립하라고 말한다. 요컨대 창의적인 지식경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흔히 21세기를 지식사회라고 말한다. 지식이 사회를 지배하고 지식은 곧 권력이 된다. 그러기에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저마다 지식의 주인이 되기 위해 애를 쓴다. 지식을 효율적으로 통합ㆍ관리하고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 즉 지식을 경영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화두다.

'지식경영'은 국내 최고경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경영혁신 기법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지식경영이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 실용적인 지식, 경험 등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조직원 상호간에 공유하면서 기업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영활동을 일컫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기업의 지식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절대다수인 92.0%가 지식경영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중요하다'고 답했다. 조사에서 지식경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로는 '업무의 효율화 및 생산성 향상'(51.7%)이 첫 손에 뽑혔고 '기업 가치의 증대'(12.8%), '기업환경 변화에 신속한 대응'(12.2%)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미래를 예측 가능케 하고 새로운 기술을 탄생케 하는 것은 바로 지식의 힘이다. 우리가 처해 있는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지식을 창출ㆍ관리ㆍ활용하는 능력이 곧바로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며 특허 기술을 비롯한 무형의 지식 재산이 기업 이윤 창출의 주요 원천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 기업이 그동안 미국의 퀄컴사에 지불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 기술 로열티가 무려 5조원이 넘고,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가 100조 원에 이르는 것은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가 장차 고부가가치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지식재산을 국가의 미래 자산으로 축적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 관리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돼야 한다. 지식재산을 보호ㆍ활용ㆍ재투자해 또 다른 지식재산을 창출해내는 이른바 '국가 지식 사이클'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사회 전 분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최고의 두뇌집단이 속해 있는 대학이나 공공 연구기관의 특허 등록 규모가 매년 전체 특허의 2%에도 못 미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기초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이나 연구소는 연구 성과물을 철저히 지식재산권으로 권리화하고 이를 산업계로 적극 이전해 사업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지식재산 활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성과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끊임없는 기술 개발의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종업원들의 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이를 신제품 개발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 체계를 갖추고 지식재산에 대한 보호 관리를 공고히 해야 한다. 또한 기술 정보 분석, 특허 동향 조사를 통해 중복 투자를 막고 불필요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내 지식서비스산업은 아직까지 시장 규모가 작고 미국 등 서비스 선진국들에 비해 제도와 인프라 측면에서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업계의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고 지식서비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조적인 지식경영의 패러다임을 세우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날로 치열해지는 소프트파워 경쟁 시대를 살아갈 활로이기 때문이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